[신나는 학교 신나는 오후]5.성신여중 풍물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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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재미있잖아요. 즐거우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한가요?" 입시에 찌들어가는 중학생이라기엔 당돌할 정도로 당당한 한마디. 학교수업이 끝난 뒤 꽹과리.장구.징.소고.북을 두드리는 성신여중 (교장 趙熙民) 풍물반 '두레소리샘' 소속 학생들이 털어놓은 풍물을 배우는 이유다.

오히려 이들은 '왜 풍물을 배우느냐' 는 질문 자체를 이상하게 받아들인다.

'그 시간에 공부나 더 하지' 라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소위 8학군으로 이름난 학생들의 성적과 비교라도 하려들면 "과외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이 푸근하고 학교생활의 스트레스가 풀리면 공부도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닌가요?" 라고 반문한다. 그렇다고 성적이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2.3학년 22명으로 구성된 '두레소리샘' 은 5년전 발족했다. 평소 풍물에 관심이 많던 고인석 (高寅碩.41) 교사를 지도교사로 1기 풍물반이 출범했을 때만 해도 학생들에게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왠지 운동권 냄새도 나고 공부가 지상과제였기 때문이었겠지요. " 하지만 활달하고 꾸밈없는 1기들의 모습은 학교분위기까지 바꿔놓았다.

학교행사때마다 풍물반은 분위기 메이커로 감초가 됐다. 곧이어 참가신청이 쇄도했고 요즘은 심사를 거쳐 뽑을 정도다. 그렇지만 기술이나 손재주를 보고 뽑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 학생이 1순위자가 된다.

"면접할 때 아무 말도 못하고 울기까지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 친구와 대화하는 것 조차 두려워했을 정도로 조용했던 최은영 (14.2년) 양은 풍물반 생활 6개월여만에 누구보다 활달한 청소년으로 바뀌었다.

高교사는 "기량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배우는 과정을 중시한다. 특히 교사도 친구 같고 선배 같아야 한다" 라고 말했다.

두레소리샘에는 회장.부회장 같은 서열을 나타내는 직책이 없다. 모든 의사결정은 반원들이 토론을 통해 다수결로 결정한다.

지도교사도 결정권이 없다. 전수연 (14.2년) 양은 "솔직히 담임선생님보다 우리 선생님이 더 가까워요. 철없다고 할지 몰라도 선생님께 곧잘 떡볶이도 얻어먹어요" 라고 말했다.

趙교장은 "방과후 교육의 일환으로 출범했지만 두레소리샘은 성신여중의 가장 소중한 보배" 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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