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당풍쇄신' 구조조정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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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인정당' '보조정당' 의 이미지에 시달리던 자민련이 당풍 쇄신작업에 한창이다.

당풍 쇄신의 주축은 신임 박준병 (朴俊炳) 사무총장. 막강 여당을 자랑했던 5, 6공의 민정.민자당 시절 두차례나 사무총장을 했던 朴총장은 원외라는 부담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중진급 의원들에게도 사정없이 강한 질책을 하곤 한다.

우선 15명에 이르는 부총재 수를 6~7명으로 줄인다는 계획. '부총재의 당직 겸임 불용원칙' 을 세워 자신을 비롯, 김복동 (金復東) 상임고문.이태섭 (李台燮) 정책위의장의 부총재직을 '박탈' 키로 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주양자 (朱良子) 부총재와 스스로 사퇴의사를 밝힌 김광수 (金光洙) 부총재도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영남권 지역의 부총재들 일부도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리해고' 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당 의결기구인 당무위원 수도 67명에서 50명으로 줄인다는 방침. 풀어질대로 풀어진 당 분위기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주말 빼고는 매일 각종 간부회의를 열고 있다.

'무늬만 여당' 에서 '여당다운 여당' '정책정당' 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도 병행중이다.

재정.경제.금융.농림해양.노동 등 경제.사회 분야의 석.박사 7명을 당 정책전문위원으로 공채했다.

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온 재사들이라는 설명이다.

재경통인 정우택 (鄭宇澤) 사무부총장을 정책조정실장으로 옮겨 국민회의와 차별되는 '색깔있는 정책' 을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긴박한 위기감 속에서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가 특히 자민련 당적 장관들의 '당정 협조 강화' 를 주문했다고 한다.

김모임 (金慕妊) 보건복지부장관의 자민련 입당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당 쇄신 분위기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박태준 (朴泰俊) 총재는 16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참석한 국민회의 당선자대회 축사에서 "후보 단일화 당시의 간절하고 겸허했던 마음으로 돌아가 약속을 하나 하나 실천해 나가야 한다" 는 뼈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양당 합의문에 나와있는 공동정부 운영협의회.내각제 개헌 등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金대통령과 국민회의측이 불편해 할 말을 좀처럼 하지 않던 朴총재의 언행에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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