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MS의 한컴투자는 국내 워드시장 장악 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MS사가 거액을 들여 한컴에 투자하면서 국내 간판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인 '아래한글'을 없애기로 한 것은 국내시장 장악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한걸음 나아가 이를 통해 세계 주요국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이 연 2백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모든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꼭 필요한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여기서 우선권을 갖게 되면 급속도로 커지는 국내 컴퓨터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일반인용 소프트웨어는 워드프로세서 ▶워드 업무용은 표작성용 엑셀 ▶인터넷은 익스플로러 ▶기업용은 운영체계 '윈도NT' 보급 등을 통해 전세계 소프트웨어시장의 장악을 추진해 왔다.

한국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삼성SDS.두루넷 등 관련 분야의 여러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해왔다.

그러나 유독 한국과 일본의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는 거센 도전 때문에 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의 경우 MS사는 MS워드로 한국시장을 적극 공략했으나 한컴에 밀려 국내시장 점유율은 10%를 밑돌았다.

MS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달 전국 1만여개 초.중.고교에 1백카피씩 프로그램을 무료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서는 한편 부도 위기에 놓인 한컴에 자금을 대는 양면공격을 통해 뜻을 이룬 것.

MS사 관계자는 "한컴이 최근 심각한 경영난에 처하게 됐는데, 한컴이 무너지면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의 가장 중요한 축이 무너져 우리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고 판단, 투자하게 됐다" 며 인수배경을 설명했다.

이웃 일본에서도 지난 96년말까지만 해도 선두업체인 저스트시스템사의 '이치타로 (一太郎)' 에 밀려 MS워드의 점유율은 20%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부터 맹렬한 추격에 나서 올 1분기에는 6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한컴은 앞으로 1년간 '아래한글' 재고를 계속 판매할 예정이며, 기존 사용자에 대한 서비스도 계속할 예정이다.

그러나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 업체나 사용자들은 MS사의 MS워드나 삼성전자의 '훈민정음' 등 다른 제품을 선택해야 하므로 이를 두고 시장 쟁탈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MS사는 기존의 '아래한글' 사용자들이 MS워드로 전환할 때 ▶버전업을 용이하게 해주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정품 '아래한글'을 구입한 고객에게 저렴하게 MS워드를 공급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