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 기록 DB로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범죄 신고가 접수됐다. 누군가 집에 침입해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 뒤 과학수사 감식요원들을 급파했다. 문의 손잡이가 달린 철재 부분의 옆면이 한쪽 방향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단단하고 긴 막대의 압력을 받은 것 같았다.

베테랑 감식요원이 후배에게 말했다. “빠루(노루발못뽑이)로 문을 딴 것 같은데, 녹 같은 이물질이 묻지 않은 걸로 봐서는 새 제품인가 보네. 근처 빠루 파는 데 뒤져 보라고 형사과에 전화해.” 지금까지 현장 감식 과정은 요원의 ‘직감과 경험’에 의존해 이뤄져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훼손된 흔적과 쓰인 공구 등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수사에 활용하게 된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22일 “범행에 사용된 도구와 차량을 과학적으로 추적하기 위해 ‘범죄현장 흔적·증거 분석 DB’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침입 흔적을 통해 어떤 공구가 사용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가 입은 상처를 통해 흉기의 종류와 모양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자료를 축적해 나갈 계획이다.

경찰은 “DB는 유영철 같은 흉악범을 추적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흉악범에게 희생된 피해자들은 몸에 남겨진 상흔(傷痕)의 형태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상흔을 통해 범인이 동일인인지 여부, 범인이 사용한 흉기의 종류, 흉기의 유통망, 범인의 직업과 생활 수준 등을 알 수 있다. 경찰은 자동차 종류별 3차원 영상을 DB로 만드는 작업도 추진한다.  

강인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