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수많은 난제에 직면해 있다. 우선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전임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퇴를 불러온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빚어진 ‘정치적 중립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더욱 불거질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나 특검 도입 목소리도 천 후보자로선 어려운 숙제다. 대검 중수부의 폐지 등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검찰 개혁’ 요구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위기를 맞은 검찰의 위상과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는 임무도 천 후보자에게 맡겨져 있다. 대검 관계자는 “천 후보자는 아주 어려운 시기에 등판했다. 검찰을 쇄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함께 침체된 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 후보자는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자마자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보다 파격적인 후보자 지명에 검찰 간부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검의 한 간부는 “예상했던 것보다 총장의 기수가 낮아지면서 향후 검찰 인사 폭이 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사법시험 22회(사법연수원 12기)인 천 후보자의 선배인 고검장급 검사들이 줄줄이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에는 후배 검사가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선배나 동기들이 조직을 떠나면서 신임 총장에게 힘을 실어 주는 ‘용퇴’가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천 후보자가 전임자인 임 전 총장보다 3년 후배여서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검찰총장은 임기(2년)와 연동해 2년 후배가 ‘바통’을 이어 왔다. 하지만 임 전 총장이 임기 5개월여를 남기고 사퇴한 데다가 1년의 차이가 더 생기면서 용퇴 대상자가 늘어났다.
인사 파격이 자연스러운 조직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천 후보자의 선배인 검찰 간부는 모두 7명이다. 선배 기수가 용퇴하고 이 자리가 승진 인사로 채워지면 연쇄적으로 인사 요인이 생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천 후보자의 2년 선배인 사법시험 20회 고검장급 간부는 권재진 서울고검장과 명동성 법무연수원장이 있다. 1년 선배인 고검장은 김준규(대전)·이준보(대구)·문효남(부산)·신상규(광주) 고검장 등 4명이다. 임 전 총장의 공백을 메우고 조직을 추스른 문성우 대검 차장도 천 후보자의 1년 선배다. 이들이 용퇴할 경우 천 후보자가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해 8개 고검장급 승진 요인이 생기게 된다. 천 후보자의 동기들이 용퇴를 선택할 경우엔 인사 폭이 더 커진다. 검찰 수뇌부에 대대적인 인사 요인이 생기면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은 대부분 자리를 옮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주목받은 이인규 중수부장 등 대검 간부들도 대폭 교체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관계자는 “인사 폭이 커져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와 함께 조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선 지검장이 곧바로 검찰총장에 내정된 경우는 1981년 정치근 당시 부산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이후 천 후보자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야전 사령관(일선 검사장)이 곧바로 검찰 총수가 됐다는 점에서 젊은 일선 검사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