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밝힌 한·미 정상회담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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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이런 내용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정치 현실에 비춰볼 때 파병 요구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한국 정부가 (파병을) 스스로 결정해 주면 모르지만…’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고 청와대 측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래서 오히려 조금 미안했다. 전 정부 때의 평화사업과 재건사업을 조금 확장하면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 파병 관련 대화는 일절 없었다는 게 그동안 청와대의 입장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공식의제는 아니었고 과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바가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회동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이 자진해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해줄 것을 요청하는 발언을 했다. 전투병력 파병은 불가능하고 평화유지군 형식으로 파병하는 것은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브리핑했다. 그래서 청와대가 회동 녹취록 확인을 거쳐 부인하는 소동이 있었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 이 대통령은 “(한·미) 두 나라 간 합의된 사항이므로 무효로 할 수 없다”면서도 “남북 관계가 어렵게 되면 동맹국으로서 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제안한 5자회담과 관련해 “정상회담에선 충분한 논의가 있었지만 예민한 부분이 있어 선언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고, “북한이 행동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보상도 없을 것이란 약조가 있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 충분히 상호주의가 있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는데 왜 FTA가 진전된 것처럼 보도가 나오느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는 FTA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취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승욱·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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