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 수준별 수업 … ‘사교육 없는 학교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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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전 목양초등학교 4학년 신혜리(10)양의 어머니 최순영(45)씨는 지난해 3월 딸을 입학시키고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딸을 학교가 제대로 이끌어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벨기에·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하다 귀국해 집 근처에 있는 이 학교에 딸을 보냈다. 학교 주변에 있는 학원을 수소문했으나 신통치 않았다. 최씨는 “딸에게 영어 토론수업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학원은 회화 위주의 강의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시 목양초등학교 임한영 교장이 학교 도서관에서 독서토론 수업 도중 학생들과 팔씨름을 하고 있다. [대전=김성태 프리랜서]


하지만 신양이 입학하고 며칠 뒤 임한영(57)교장으로부터 가정통신문을 받고 최씨는 마음을 놓았다. 임교장은 “1년이상 외국생활을 한 학생 10여명을 위해 수학·과학을 영어로 수업하는 몰입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신양은 학교가 마련한 대부분의 영어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수학·과학은 1주일에 1시간씩 영어로 수업받는다.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영어동화교실에도 참여한다. 최씨는 “굳이 학원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목양초 임교장의 ‘사교육 없는 학교만들기’ 노력이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2007년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임교장은 “사교육을 줄이려면 학교에서 학생별로 수준에 맞게 차별화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전국의 초등교육 우수사례 200여개를 벤치마킹했다. 교육현장도 방문하고 교육사례 보고서도 빠짐없이 연구했다.

임교장은 전교생 1080명의 학력 평가 결과를 직접 분석하고 있다. 국어·수학·영어 등 3개 주요 과목 학력 미달(60점 이하) 학생은 담임 교사가 특별 관리토록 했다. 그는 “보통 학급당 2∼3명 있는 학습부진아도 체계적으로 지도하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의 생활 수준에 따른 학력 증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목양초등학교는 100여㎡(30평형대)규모 이상의 아파트 1500여가구와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의 저소득층 자녀가 섞여 있다. 형편이 어려워 학원가기도 힘든 학생도 있다.

이에 따라 임교장은 방과후 영어수업(160여명 대상)을 수준별 5단계로 나눠 실시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20명은 원어민 영어 교사가 1주일에 한시간씩 영어회화를 무료로 지도한다. 영어전담 박희윤(32·여)교사는 “전교생을 교사가 개별지도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학습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겨울방학에는 한달씩 학력증진 캠프를 무료로 연다. 학력 미달 미달 학생을 집중 지도하기 위해서다. 목양초는 지난해 11월 전국적으로 실시된 6학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한명도 없었다. 임교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춰 조금씩 노력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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