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청와대 - 군 오해 왜 생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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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관련된 군 당국의 보고 누락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청와대와 군 간의 오해가 파장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 군으로선 상황 대처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반면 청와대는 보고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저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원래 군 당국의 상급기관 보고는 사안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작전 상황보고는 즉시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분석보고는 사후에 하는 것이 관례다.

◇대통령에겐 어디까지 보고됐나=14일 오후 북한 경비정 등산곶 684호가 NLL을 침범했고, 포격으로 퇴각시켰다는 전투 상황보고는 대통령에게도 신속하게 보고됐다. 그러나 등산곶 684호가 송신한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청와대와 해군 사이에 오해가 빚어진 것이다.

군에서는 작전과 관련한 상황보고는 후속 작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체 없이 보고한다. 등산곶 684호의 남하를 막기 위한 해군의 대응작전 과정에서 초계함 함장과 고속정 정장은 북한 경비정의 움직임을 2함대사령관에게 거의 동시에 보고했다. 2함대사령관은 진해의 해군작전사령관에게 즉각 보고했다. 합참에도 보고했다. 경고 사격을 결정한 뒤 곧바로 지침이 하달됐고 지침대로 시행됐다. 합참은 상황이 종료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 다만 실제 전투상황에선 작전의 중요성에 따라 보고 라인이 제한될 수도 있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게까지 보고할 수 없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할 시간이 없을 땐 작전부터 하는 게 원칙이다.

한 해군 관계자는 "우리 함정이 기습공격을 받으면 우선 대응 공격한 뒤 함대사령관에게 보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방어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북의 송신' 보고는 왜 안 했나=현장의 초계함은 등산곶 684호와의 교신 내용도 시시각각 상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그 보고는 해작사령관에서 끝났다. 합참에는 보고되지 않았다. 청와대가 문제 삼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서해상의 우발적 상황을 막기 위해 핫라인까지 만들어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이 정신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작사령관은 송신에 대해 보고받았지만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이라며 속였고, 따라서 대응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의미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지엽적 문제라 여겨 보고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북측은 서해에서 수시로 교란용 통신을 보내기 때문에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내용까지 즉시 보고하지는 않는다. 대신 분석보고를 사후에 한다. 2002년 서해교전 때도 국방부 장관이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로 상황만 보고했다고 해군 측은 밝혔다.

◇분석보고는 왜 빠졌나=작전이나 작전 결과의 판단을 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수집된 첩보는 일정시간 분석한 뒤 보고된다. 몇시간에서 며칠이 걸린다. 합참 소속 국방정보본부가 이를 담당한다. 정보본부는 군 수뇌부에 하루 두번 북한 등과 관련된 정보 상황보고(블랙북)를 한다. 급하면 첩보부터 보고하고 분석 정보는 뒤에 보고하기도 한다.

이번 사태의 경우 정보본부는 해작사와 거의 동시에 북한 함정의 송신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실무선에선 이를 첩보로 판단, 몇시간 분석한 뒤 관련 작전부서에 통보했다. 그러나 정보본부장과 합참의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대신 NLL 침범과 관련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며칠에 걸쳐 분석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분석 보고서가 완성되기 전인 15일 북한이 먼저 전통문을 보내와 문제가 불거지면서 청와대와 군 간의 오해가 증폭됐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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