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방미]세일즈외교 활동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을 방문중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일에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의 투자환경이 달라졌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전망도 밝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외국인 투자가 늘고, 경제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金대통령의 판단이다.

金대통령은 8일 (한국시간 9일) 뉴욕에서 한국 경제.안보에 대한 미국인의 믿음을 얻기 위해 두가지 중요한 행사를 가졌다.

하나는 미국 경제계 인사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 (이사장 리처드 그라소)에서 열린 조찬연설. 이 자리엔 윌리엄 맥도너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투자전문회사 CSFB의 존 헤네시 회장, 리처드 피셔 모건 스탠리사 사장이 참석했다.

金대통령은 '한국이 투자하기 가장 좋은 나라' 임을 역설했다.

金대통령은 민주주의.시장경제로 정경유착.관치금융을 극복했음을 밝히고 "때문에 한국의 경우 더 이상 '도덕적 해이' 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고 강조했다.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에서 돈 떼일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머지않아 한국의 (정계개편을 통해) 정치안정이 이뤄질 것" "한국의 제2외환위기는 기우에 불과하다" 는 발언도 미국인 투자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金대통령은 연설 후 과거 장쩌민 (江澤民) 중국국가주석이 그랬던 것처럼 뉴욕증권거래소 개장을 알리는 타종식을 거행했다.

미국 월가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것이다.

金대통령의 증권거래소 방문 뒤 CSFB사는 JP 모건사와 함께 한국수출입은행에 20억달러를 차관형식으로 빌려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한생명도 미국 생보사로부터 10억달러를 유치했다는 낭보가 이어졌다.

정부관계자들은 "방미 (訪美)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 기뻐했다.

金대통령은 8일 낮에는 미국 유수의 외교정책 연구기관인 한국협회.아시아협회.외교협회의 초청을 받아 외교협회 본부에서 오찬연설을 했다.

미국의 대북 (對北).동북아정책 관계자 등 2백여명이 참석했다.

金대통령은 "한.미간 안보협력의 기반 위에 북한을 포용하는 적극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며 "인내.성의를 가지고 북한의 닫혀진 문을 열도록 노력하겠다" 고 다짐했다.

주한미군에 대해선 "계속적 주둔이 절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여기엔 대북 '햇볕정책' 과 한.미 공조 강화라는 두가지 수단을 쓸 경우 한반도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고 정부관계자들은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80년대 미국이 방대한 무역적자로 허덕일 때 한국은 대미 구매사절단을 보낸 사실을 상기시켰다.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이번엔 미국이 도와줄 차례" 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뉴욕 =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