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골 소극장 '사랑하는…'몸짓 개그 '재미 두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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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첫눈에 반해 결코 뒤돌아보는 일 없이 달려가는 '로미오와 줄리엣' 식 사랑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20세기말의 관객이라면, 줄줄이 읊어대는 사랑의 대사 역시 낡은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대학로 바탕골소극장에서 공연중인 극단 표현과 상상의 신작 '사랑하는, 사랑하지 않는' 의 무대에서 대사는 최소한의 역할만을 한다.

배우들은 마치 무언극이라도 하듯, 말보다는 몸의 흐름을 주요 표현수단으로 삼는다.

여기에 꾸준한 리듬감을 부여하는 역할은 무성영화에서처럼 음악이 맡았다.

대사를 절제한 대신 적절히 선곡 혹은 창작된 음악과 긴밀히 호흡하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표정이 한결 풍부한 연극적 재미를 전달한다.

작업실의 두 남녀 - 식당의 중년부부들 - 버스정류장의 친구들 - 청첩장을 내미는 동성애자 등 에피소드 식으로 구성된 무대는 신세대적 사랑법을 과시하기 보다는 시종일관 사랑의 지지부진함에 초점을 맞춘다.

배우들의 평균연령 30세. 제목처럼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려 하지 않고, 보고 싶으면서도 보려하지 않는 이중성이야말로 그 나이에 이들이 공통되게 추출해낸 사랑의 제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연극언어를 관객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에서 선택한 듯한 너무 단조로운 에피소드와 사진틀 속의 가족 장면처럼 상대적으로 구체화의 정도가 덜한 에피소드 사이의 편차는 공연전체의 평균점수를 갉아먹는다.

가끔은 말로 하는 개그 못지않게 몸으로 하는 개그 분위기가 나는 것도 이 극단이 내세운 '포스트모더니즘 연극언어 실험' 의 무게를 던다.

'그래도 사랑은 할만한 것' 이란 메시지로 무대를 마무리하는 연출자 노승희의 데뷔작이다.

28일까지. 이후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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