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국선언 교사’에게 아이 맡겨도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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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초·중·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시각이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쳐도 되는가. 치우친 정치적 견해를 이런 방식으로 표출하는 게 온당한 일인가. 과연 내 아이를 그들에게 맡겨도 되겠는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그제 발표한 ‘교사 시국선언’은 그나마 남아있던 전교조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든다.

교사 1만6000여 명이 서명했다는 시국선언문은 지금이 ‘민주주의의 보루인 언론·집회·표현·결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촛불 관련자와 PD수첩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상식을 넘어 무리하게 진행됐으며, 꾸준히 진전되어 온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국민의 버림을 받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마디로 말해 ‘외눈박이’ 상황 인식이다. 통계만 보더라도 불법·폭력 시위 연행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보다 지금이 훨씬 적다. 시위사범 구속자 수도 대폭 줄었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항소심에서 1심보다 정정·반론보도를 더 많이 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명색이 교사라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뒤틀린 상황 인식을 선언이라고 내놓았으니, 이런 교사들에게 배울 아이들이 걱정되는 것이다. 남북 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안 하는지, ‘꾸준히 진전되어 온 핵무기 개발’에는 왜 입을 닫는지 궁금한 것이다.

정부는 시국선언 교사들을 징계할 방침이고, 전교조는 “불법이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합법·불법 여부보다 이런 비뚤어진 인식을 가진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끼칠 악영향이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지난달 20주년을 맞아 “창립정신으로 제2의 참교육 운동을 시작하겠다”던 전교조의 다짐이 겨우 이런 시국선언으로 귀결되었는가. 민노총 간부가 전교조 여교사를 성폭행하려던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전교조 간부들, 전교조 교사의 교생실습 여대생 성추행 사건 등을 생각하면 지금 전교조에 어울리는 것은 시국선언보다는 자정(自淨)선언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 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