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독일 고속철 탈선…유럽 고속철사업 佛에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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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랑스 고속철도인 테제베 (TGV)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고라는 것이 독일 이체에 (ICE) 참사를 보는 프랑스 철도전문가들의 첫 반응이다.

프랑스 국철 (SNCF) 의 한 관계자는 TGV와 ICE 사이의 결정적인 기술적 차이가 바로 이 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객차간 연결기술에 있어 ICE는 전통적 기술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TGV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TGV에서는 각 객차가 하나의 상판 (床板) 위에 매달려 있는 방식이어서 전체가 마치 뱀의 척추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돼 움직인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심한 외부충격을 받더라도 차체 자체는 선로에 그대로 남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88년 리옹 부근에서 TGV가 선로 위에 멈춰 있던 대형트럭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지만 탈선이 일어나지 않아 열차와 트럭운전사 2명이 사망하는 데서 그친 일이 있다.

ICE보다 10년 앞선 1981년 운행을 시작한 TGV는 최고속도 (시속 5백15㎞) 와 상업속도 (시속 3백㎞) 모두 ICE를 앞서고 있다.

또 ICE가 아직 해외수주 경험이 없는 데 비해 TGV는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스페인.캐나다.대만 등에 차량기술을 수출했다.

고속철도 시장을 놓고 TGV와 경쟁관계에 있는 ICE는 이번 참사로 결정적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유럽연합 (EU) 차원에서 구상중인 전유럽 고속철도망 사업에서 TGV는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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