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2 혁명’ 일어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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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뉴스 분석  이란 정국이 대선 이후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압승한 대선(12일) 직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과 2003년에도 반정부 시위가 있었지만 이번 시위는 규모나 성격에서 크게 다르다. 외신들은 이번 시위에 대해 ▶학생 주도였던 과거와 달리 시민이 대거 참여하고 있고 ▶개혁파 대선 후보였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구심점이며 ▶개혁·개방 세력이 계획적으로 주도하는 시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부정선거 의혹이 도화선이 됐지만 내면적으로는 이슬람 혁명 이후 30년간 이란을 통치해 왔던 집권층의 보수주의 통치 철학에 대해 누적된 반발이 폭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젊은 층과 부유층 등이 주축인 개혁파는 이번 시위에서 이란 사회가 강경 보수로 치닫는 상황을 더 이상 묵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는 “이번 사태는 오랫동안 통치해 왔던 혁명 세대와 젊은 개혁세력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 집권층이 정치·경제적 글로벌 환경 변화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개혁파는 이란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은 서방 국가들부터 테러 지원국으로 간주돼 경제제재 등을 받았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경제성장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권 문제도 묵은 과제 중 하나다. 이번 시위에는 이란 보수주의의 상징인 ‘검은 차도르’를 온몸에 두른 여성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보수주의 틀에 갇혀 있던 여성들이 인권을 앞세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서정민(본지 중동 전문위원) 교수는 “이번 사태는 이슬람 혁명 이후 안고 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은 “(이란 정부가 강경 진압할 경우) 중국의 천안문 사태처럼 대규모 유혈 사태로 확산할 수도 있다”며 이란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란 정부가 정국 타개를 위해 거국내각을 구성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거국 내각을 통해 현 정부와 개혁파가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럴 경우 이란은 점진적인 변화를 할 가능성도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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