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성공단 폐쇄냐 돈줄 확보 엄포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북한이 개성공단을 놓고 대남 압박용 폐쇄 수순을 밟으려 하는지, 아니면 위협을 통해 ‘돈줄’ 확보에 주력할지의 의중이 19일 드러날 전망이다.

남북은 이날 오전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 협의사무소에서 제2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연다. 지난 11일 북측이 내건 토지 임대료 5억 달러, 북측 근로자 월급 300달러 인상 요구 등에 대해 다시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회담은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뒤 열리는 첫 남북 접촉이다. 따라서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전략과 정책방향이 어느 정도 노출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이 사실상 남측과의 마지막 통로인 개성공단을 닫는 정치적 판단을 내릴지, 아니면 대남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달러 박스인 개성공단의 경제적 실리를 최대화하려 할지가 판가름날 수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18일 외부 일정을 취소한 채 회담 준비에 집중한 것도 19일 회담의 중요성 때문이다.

실무회담에 임하는 정부의 입장은 이미 윤곽이 잡혔다. 이 대통령 언급대로 통일부는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부터 조속하게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 북한에 뭉칫돈을 줄 수도 없고 줄 돈도 없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막 돌입한 시점에서 남한이 느닷없이 공단 살리기용이라며 수억 달러씩 줄 명분이 없는 데다 국내 여론도 북한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비판적으로 흐르고 있다. 그는 또 “월급 인상을 잘못 건드렸다간 공단 입주 기업들이 무더기로 철수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는 정부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단, 북한이 요구했던 ▶근로자 숙소 건설 ▶탁아소 제공 ▶공단 출퇴근 도로 확장 등은 북한의 태도를 봐 가며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씨 문제에 성의를 보일 경우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담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 11일 회담에서 북한은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당시 북측 대표단은 남측 대표단이 작성한 ‘우리는 3억 달러만 있으면 해외 어디서나 환영받는다. 각종 제한 등의 어려움에도 공단에 투자한 것은 남북 관계 개선 목적’이라는 문건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갔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의 변화가 생겼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고, 한·미 정상이 만나 ‘북핵 불용’ 공조를 다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이번에 이 대통령의 개성공단 언급 등 을 문제 삼아 사과를 요구하며 회담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