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되?”“저 단국대 나왔는데요” 김인식 시리즈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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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영목기자

한화 김인식 감독은 말이 별로 없다. 하지만 가끔씩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는 따끔한 풍자와 핵심이 들어 있다. 주어와 술어를 잘라 버리고 한 단어로 모든 걸 얘기하는 버릇이 있다. 특히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말수가 줄어든다. 그런데 최근 틀니까지 해서 발음이 종종 새버리는 게 문제다. 스포츠조선 17일자는 김인식 감독 특유의 말투 때문에 빚어진 촌극 몇 개를 소개했다.

김인식=“고되?”
강동우=“저 단국대 나왔는데요”

한화 강동우는 올 시즌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로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펼치며 1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런 강동우가 2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을 지킬 때도 있었다. 지난 5월말이었다. 김 감독은 훈련을 마치고 들어오는 강동우를 불러 딱 한마디 물었다. “고되?” 피곤하고 힘드냐는 뜻이다. 따스한 위로와 격려가 녹아있는 한 마디였다. 김 감독의 갑작스런 질문에 강동우가 “네?”라고 못 알아듣자 김 감독은 다시 “고되?”라고 했다. 그러자 돌아온 강동우의 대답이 걸작이다. “전 단국대 나왔는데요.” 강동우는 자신에게 고려대 출신이냐고 묻는 줄 알고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둘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김 감독은 “아니 그 뜻이 아니고 피곤하냐고, 피곤하면 바꿔줄 테니”라고 말했다. 강동우는 그제서야 “괜찮습니다”라며 웃었다.

김인식=“써도 돼?”
김태형=“서드는 중학교 이후로…”

김인식 감독이 OB 사령탑으로 있을 때였다. 당시 포수였던 김태형 코치에게 “써도 돼?”라고 물었다. 잔부상이 있었던 만큼 오늘 마스크를 쓸 수 있느냐, 포수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느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짧은 한마디라 또 꼬이고 말았다. 김 코치는 감독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며 “저…저는 중학교 이후로 서드(third: 3루수)는 해본 적적이 없는데요”라고 대답했다. 김 감독은 답답해하며 “아니, 포수 마스크 쓸 수 있겠냐고”라고 재차 물어봐야 했다.

김인식=“일언아!”
선수들=(일동 기립)

최일언 SK 투수코치가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OB에서 불펜에 있을 때였다. 어느날 경기가 잘 안 풀리자 투수를 교체하기 위해 덕아웃에서 불펜에 있는 최일언 코치를 크게 불렀다. “일언아”라고 크게 외쳤는데 김 감독 특유의 밋밋한 억양 때문에 선수들의 귀에는 마치 “일어나” 하는 소리로 들렸다. 김 감독이 재차 “일언아!”라고 부르자 덕아웃의 선수들은 하나 둘씩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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