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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14일 서해 NLL서 일어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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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앙일보는 지난 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대한 포격 당시의 생생한 상황보고를 담은 군 정보당국의 '분석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당시 북한 경비정 등산곶 684호는 NLL을 넘고도 오히려 우리 해군 함정에 "귀측이 침범했다"며 퇴각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4시12분 황해도 등산곶을 떠난 684호는 곧바로 NLL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해군은 즉각 1200t급 초계함 성남호를 보냈다. 그리고 핫라인을 통해 북한 함정과 교신을 시도했다.

오후 4시35~36분=우리 해군 함정은 북한 경비정을 세번 호출했다. 응답은 없었다.

40~51분=해군 함정은 북한 경비정에 4회의 경고 통신을 보냈다. 역시 응답이 없었다.

남:"귀측은 해상 분계선 1.2마일 전이다."(1차 무전), "즉시 침로(방향)를 변경하라. 0.3마일 전이다."(2차 무전), "북상하지 않을 시 발포할 것이며, 모든 인적.물적 책임은 귀측에 있다."(3.4차 무전) 해군 함정이 교신을 시도하던 오후 4시47분 등산곶 684호는 NLL을 넘었다.

51~52분=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우리 함정에 처음 응답했다.

북:"한라산 둘, 백두산 둘, 지금 내려가는 것은 우리 어선이 아니고 중국 어선이다."(한라산 둘은 남측 함정, 백두산 둘은 북한 함정 호출 부호)

그러나 해군과 정보당국의 서해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 기록에 따르면 당시 북한 경비정은 NLL을 넘은 중국 어선을 끼고 내려오고 있었다.

52분=해군은 북한 경비정에 무전으로 경고 통신을 보냈다.

남:"현재 NLL을 침범 중이다. 지금 즉시 310도로 변침(방향을 바꿔) 북상하라. 북상하지 않으면 발포한다."

오후 4시54분 해군은 684호에 함포 두발을 경고 사격했다. 곧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두번째 송신이 왔다.

54분=북한 경비정은 "한라산 둘, 백두산 둘. 지금 남하 선박은 중국 선박인데 빨리 ○○해역에 있는 귀선(우리 측 함정)을 변침해 남하하라"며 거꾸로 퇴각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은 통신 직후 기수를 북으로 돌렸다.

56분=북한 경비정이 우리 함정에 3차로 송신했다.

"한라산 둘, 백두산 둘, 그쪽 선박이 지금 군사분계선(북측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 1마일을 침범했다. 빨리 내려가라"고 다시 요구했다.

북한은 다음날인 15일 전화통지문을 보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의 북측 단장 안익산 소장(준장급) 명의였다. 통지문에서 북한은 송신 시간을 실제보다 10분 앞당긴 허위 시간을 통보했다. 북한 경비정이 무전을 보냈던 시간을 오후 4시51~56분이 아닌 오후 4시41~45분으로 알린 것이다. 통지문은 또 "우리가 세차례 호출했는데도 남측이 응답하지 않았다"며 "남측이 제3국 선박을 우리 측 어선이라고 하면서 우리 수역에 남측 함정을 침입시켜 경고사격하는 도발을 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등산곶 684호는 14일 NLL 침범 당시 남측에 위치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기지와 통신을 거의 하지 않았다. 북한 경비정은 평소엔 1~5분 간격으로 기지와 무선 통신을 한다. 군 정보당국은 이에 따라 등산곶 684호가 처음부터 NLL을 무력화하려는 치밀한 계획에 따라 행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민석.박신홍.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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