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단국대 앞 상인들 보은의 ‘단골 장학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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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단국대 천안캠퍼스 대회의실에서 장학금 전달식이 열렸다. 유제현(22·경제학과 3년)씨 등 10명의 학생이 100만원씩 장학금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여느 장학금 전달 행사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날 장학금을 준 사람은 대학 측이 아니라 학교 주변에서 커피전문점 ‘펜도로시’를 운영하는 장인수(40)씨 등 상인들이었다. 장씨 등 상인 45명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적게는 5만원부터 많게는 20만원씩의 후원금을 내 장학금을 마련했다. 장씨는 “천안캠퍼스 학생·교직원 덕분에 장사를 할 수 있고 이에 보답하기 위해 상인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장학금 이름이 ‘단골 장학금’으로 정해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상인들은 10일 죽전캠퍼스 부총장실에서도 10명의 학생에게 ‘단골 장학금’을 전달했다.

상인들이 후원금을 모으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중순 대학 주변의 ‘미락횟집’ 사장 김영득(48)씨가 손님으로 온 천안캠퍼스 김재필(47) 발전협력팀장에게 “대학을 위해 할 일이 없느냐”고 상의한 것이 계기였다. 김 팀장은 대학 간부회의에서 김씨의 뜻을 전했고 학교 측과 상인 대표들은 몇 차례 만나 머리를 맞대 장학금을 지급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단국대는 후원금을 내는 업소에 ‘단국사랑 후원의 집’이라는 스티커를 붙여주기로 했다.

처음 후원금을 낸 상인은 네 명. 그러나 알음알음으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천안캠퍼스 주변 상인 45명, 죽전캠퍼스 주변 40명 등 85명이 동참하고 있다. 상인들의 업종은 식당에서부터 커피숍·카센터·병원·학원 등 다양하다.

이들이 지금까지 모은 후원금은 1억여원에 이른다. 이 후원금 중 2000만원으로 천안·죽전캠퍼스 학생 20명에게 10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게 된 것이다. 상인들의 뜻에 따라 성적보다는 가정 형편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선발했다. 황영경(21·여·죽전캠퍼스 프랑스어과 3년)씨는 “다음 학기 등록금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장학금을 받아 매우 기쁘다”며 “나눔의 미덕으로 받은 장학금이니만큼 졸업 후 후배들에게 되돌려 주는 전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천안=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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