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정신질환 '모르는게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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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신과 질환은 치료받아야 할 병이다. 어원에서 보듯 병 (disease) 이란 '편하지 않은 상태 (dis+ease)' .위장질환은 위가 불편한 상태며 정신과 질환은 뇌가 불편한 상태다.

위장질환이 병명에 따라 치료 받듯 정신과 질환도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정신병에 대한 오해로 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질환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마음의 병이므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 예컨대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람들을 만나기가 괜히 두려운' 불안증일 때 치료받을 생각보단 '마음이 약한 탓이야.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지' 하고 그냥 지낸다. 감기만 걸려도 해열제나 기침약을 들이대면서도 정신질환은 평생 마음 불편한채 지내는 것이다.

난치병으로 꼽히는 정신분열증에 대한 편견과 무지는 더욱 심각하다. '남이 나를 욕한다' 다며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가족중에 생겼을 때 즉시 정신과를 찾는 가정은 무척 드물다. 처음엔 "이상해졌다" 고 생각은 하면서도 설마 병일까하며 방치한다.

정신병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어차피 완치가 안된다' 며 쉬쉬하고 지낸다. 실제로 주변에서 정신분열병으로 알고 있던 사람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것을 알게 되면 "치료를 잘 받았구나" 하기보단 "미쳤다더니 아닌가봐" 라고 수군대기 일쑤다.

정신분열병은 뇌의 생물학적 이상이며 1차적인 치료는 약물이다. 초기에 치료하면 효과가 높다.

'진단 = 사망' 이던 암도 완치율을 절반에 가깝게 끌어 올린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정신병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정신분열병 환자도 치료를 잘 받고 가정이나 주변 상황이 우호적인 환경에 복귀되면 당연히 정상생활을 한다. 그러나 병이 깊어질 때까지 방치하거나 주변 환경이 적대적이면 영원히 사회에 복귀를 못하고 평생을 정신병동에서 지내게 된다.

정신병력을 '주홍글씨' 로 여겨서는 안된다. 누구나 간이나 위가 나빠질 수 있듯 정신과 질환도 누구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희 〈생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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