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미래산업, 독자기술·무차입·순익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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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98년 한국투자신탁 경제연구소 선정 'IMF시대 생존능력 1위' , 97.98년 2년 연속 대신경제연구소 선정 경영평가 1위, 97년 능률협회 선정 우량기업 1위. "한마디로 'IMF형 기업' 입니다.

첨단 독자기술.고급두뇌에 높은 성장성과 이익률, 그리고 낮은 부채비율. '덩치' 로 기업을 얘기하던 시절이 가고 '실속' 이 최고인 시대에 안성맞춤 기업이란 뜻입니다." 평가에 참여했던 대신경제연구소 기업분석 담당자의 말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순이익은 매출의 30%선. 1백원어치 팔아 30원을 남기는 알짜배기 장사를 한 셈이다. 상장사중 최고 수준이다. 간판 기업들의 평균 순익이 마이너스였던 것과는 딴판이다.

부채비율은 상장사중 가장 낮은 14.85%.급전이나 어음은 아예 쓰지 않는다. 은행에 쌓아놓은 현금만 회사 자본금 (87억7천5백만원) 의 8배쯤 된다. 올해는 아예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다. 돈줄이 막혀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요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얘기다.

첨단제품을 팔지만 외국에서 사오는 부품은 5% 미만이다. 설계에서부터 기계.제품까지 자체 제작한다. 'IMF추위' 를 탈 이유가 없다.

이 회사의 주생산품인 테스트 핸들러는 반도체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검사하는 첨단장비. 한대에 5억~6억원 하는 고가품이다. 부품만 2만2천개가 들어가는 이 장비는 영하 33도~영상 1백27도의 환경에서 64메가D램 64개를 동시에 검사해 합격품을 순식간에 가려내는 것은 물론 8개 등급으로 자동구분까지 해 준다.

현재 이런 기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곳은 전세계에서 이 회사와 일본 어드밴테스트사 두 곳뿐이다. 이 기술은 초창기 정문술 (鄭文述.60) 사장과 함께 한 공고생 출신 4명이 모태가 돼 자체적으로 일궈낸 것이다.

IMF후 환율상승으로 경쟁력은 더 커졌다. 국내외에서 받아놓은 주문량만 1백80억원어치. 물량을 못대 최근 2교대에서 3교대로 작업량을 늘렸다.

비결이 궁금해 충남천안 본사를 찾았다. 기대와 달리 (?) 생산현장의 치열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깔끔한 정원과 공을 차는 직원들 모습에선 휴양지를 연상케 하는 느긋함이 가득했다.

"기술력은 예술창작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창의력이 중요한데 창의력은 자율이 바탕된 집중력에서 나옵니다. 자유분방하게 놓아먹인 야생마중에서 천리마가 나오는 법이랄까요. " '인재 키우려고 기업한다' 는 鄭사장의 설명이다.

이 회사의 총직원 3백9명중 33%인 1백2명이 연구직이다. 직원중 5%는 항상 교육중이다. 매출액의 2%를 직원교육, 10%를 연구개발에 쓴다.

기업환경 변화에 따른 기민한 대응도 또 다른 비결이다. 5개 소그룹으로 나뉘어 있는 사업부문은 지난해부터 사업계획도, 예산도 스스로 짜고 집행한다.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도 정착시켰다. 2년 연속 배당률 1위를 고수했고 올해는 상장사중 처음으로 액면분할을 실시, 기업 인수.합병 (M&A)에 대비하고 주주들이 주식을 보다 쉽게 사고팔 수 있게 했다.

55개 협력업체에 매달 지급하는 20억~25억원의 부품값은 전액 현금결제다.

미래산업의 IMF시대 생존능력 1위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기업문화와 경영을 시대변화에 맞춰 해오고 있었던 것뿐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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