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세감면만으론 부족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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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의 급경사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은 그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구조조정이라는 지난 (至難) 한 과제가 겹쳐 있다. 그야말로 초비상 경제난국이 그 가공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비상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주체들의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일이다. 불필요한 금지적 규제나 과중한 세금부담이 거래를 가로막고 있어선 안된다. 정부로선 각 경제주체들이 최선의 방법으로 '작전상 후퇴' 를 실시할 수 있는 조건을 제때 제때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에 정부가 미분양아파트 분양 활성화를 위해 내년까지 매입하는 일부 평형에 대해 양도세를 면제키로 한 것은 올바른 처방이다. '1가구 2자동차 중과세' 를 폐지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정도의 면세만으론 지금 같은 위급상황을 타개하기엔 너무도 미미한 효과밖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세원 (稅源) 의 추가적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 현실이다. 대저 난국이란 의사결정을 모순으로 결박하는 때가 많다. 이런 때 세수 목표를 억지로 달성하려다가는 교각살우 (矯角殺牛) 의 어리석음을 범할 위험이 크다. 세금은 과일나무의 열매를 거두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열매를 따려고 나무를 죽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금언을 새길 때가 바로 지금같은 때다.

전반적으로 80년대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가 채택했던 공급측면 경제정책을 본받을 때라고 본다. 특히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주식이나 부동산 처분에 대해서는 매매 쌍방에 한시적으로 세금부과를 정지하는 것이 옳다. 비공개 회사의 주식거래.자산재평가.증자에 대한 징벌적 세율과 규제도 보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당면한 경제상황의 초긴박성을 철저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경제 비상사태' 를 정부 내부에서 선포하고 평상시의 여러 귀중한 가치를 당분간 보류해 두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거기에는 환경보존을 위시해 공정거래.보건복지.조세형평성 등도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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