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어학연수가 꼭 필요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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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800점은 미국영화나 드라마를 60%쯤 이해하는 정도로 줄거리는 파악되지만 대사마다 전달하려는 말의 뉘앙스까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년의 어학연수 후 토익 800점을 넘은 사례를 조사했더니 고등학생 이하 주니어 영어의 경우 0.2%이하, 대학생 이상 성인의 경우 2%이하로 나타났다.

결국 1년이나 외국에서 공부했지만 외국인끼리의 대화를 60%도 이해하지 못하는 꼴이다. 이런 결과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1년만 해외연수를 갔다 오면 영어는 무조건 잘할 거라는 오판에서 시작된다.

실제 1년 정도 유학이나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보면 부모들은 자신에 찬 얼굴로 자녀의 테스트 과정을 지켜본다. 시험 결과 발음과 유창도는 좋아졌지만 단어나 문장이해력(독해), 문법 등의 수준은 오히려 같은 시기 한국에서 공부한 학생보다 전반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자주 쓰는 몇 몇 표현은 자연스럽게 일부 발음이 교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어휘력 향상을 비롯한 전반적인 공부량은 오히려 부족하다는 평가다.

◆해외연수 영어공부에 대한 오해= 학부모들은 해외연수 때 학교공부도 열심히 했고 아이의 만족도도 높았다고들 한다. 그러나 학교공부에 대한 결과치를 단지 외국학생에게 적용되는 특수한 성적표에 따른 건 아닐까?

학생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면에서 한국보다 느슨한 학교생활이 재밌었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공부가 안되면 외국에서는 더욱 안 되는 데 해외연수만 보내면 무조건 영어가 될 거라는 잘못된 이해에서 모든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효과적인 해외연수의 길= 연수가기 전 선행학습을 하자. 미리 공부를 많이 하고 갈수록 성공적인 해외연수가 된다. 적어도 토익 700점, 토플 80점 정도는 돼야 갈만하다. 나이가 어려서 이런 시험이 어렵다면 자기 학년의 영어책 60%이상 정도는 이해하는 실력이 되어야 한다.

제대로 공부하며 관리해주는 곳을 선택하자. 학교를 다닌다고 모두 전교 1등 하지 않듯이 외국에 간다고 모두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은 공부를 제대로 관리해 줄 수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 학교공부 뿐 아니라 방과 후 교육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줘야 한다. 최소한 초기 3개월까지는 매일 학교 수업 후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게 만들어주고 숙제까지 도와줘서 혼자 공부가 가능케 만들어주는 것이 필수다.

물론 담당선생님과의 밀접한 상담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하고 확인 학습까지 병행할 때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다.

영어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학부모들은 많은 돈을 들여 해외어학 연수를 보낸다. 목적은 하나 영어공부를 위함이다. 이 때문에 많은 부모들은 내 자식처럼 잘 돌봐줄 수 있는 홈스테이를 구하려고 한다.

내 자식처럼 돌봐줄 친근한 아줌마보단 집으로 오는 과외선생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치는지 꼼꼼히 살펴줄 영어 잘하고 지도해 본 경험이 있는 전문선생이 필요하다. 그냥 여기저기 소개를 통해 홈스테이를 시키는 것보다는 유명 전문기관에 의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적인 해외연수= 혹시 올 여름 해외연수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부터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무엇을’ 가르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또 해외연수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누가 책임을 어떤 식으로 지는지도 따져볼 사항이다. 한 반에 5명 내외의 반 구성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 학교공부와 틈틈이 수학 등 기타과목도 살펴줄 수 있는 전문가를 골라야 한다. 주말에는 여행도 하고 3개월에 한 번씩 공인토익이나 토플시험으로 성적관리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으면 좋다. 마지막으로 옆집 엄마의 소개나 정보를 맹신해 실패하는 해외연수를 피하기 위해 전문가의 상담이나 추천을 받아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김선기

김선기 AP영어교육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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