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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충북11곳중 9곳 국민회의-자민련 맞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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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구 54곳에서 각각 자기후보를 내놓았다. 전체 선거구 2백32곳중 20% 이상에서 연합공천이 되지 않았고 맞붙어 싸우게 된 셈이다.

특히 11곳 선거구중 9곳에서 양당이 후보를 낸 충북은 여야 (與野) 대결이 아니라 여여 (與與) 대결 양상이 뚜렷한 이색지역. 한나라당이 아예 후보를 내지 못한 '순수 여여대결' 선거구만 해도 청원.보은.옥천.음성.진천.괴산 등 6곳이 된다.과반수 선거구에서 야당없이 2여 (與)가 격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옥천과 진천은 국민회의가 자민련에 맞서기 위해 현군수를 영입해 출마시킨 선거구다. 청주와 함께 국민회의측이 우세로 꼽는 3개 지역이다.

96년 4.11총선 이래 충북을 자신의 확고부동한 '텃밭' 으로 여겨왔던 자민련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어떤 당직자는 "분노와 배반감에 떨고 있다" 고까지 표현했다.

지난 대통령선거때 김대중후보가 사상 처음으로 충북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한 것이 JP (김종필) 의 지지없이 가능했겠느냐는 게 이들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의 이같은 '도발' 은 1차적으론 충북도지부장인 이용희 (李龍熙) 전의원의 강렬한 '충북장악 의지' 에서 비롯됐다.

막판까지 자신이 직접 도지사로 출마해 이원종 (李元鐘.자민련).주병덕 (朱炳德.한나라당) 후보와 3파전을 벌이려고 했을 정도였다.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회의가 1등으로 나오고 있는 점도 이런 맞대결을 부추겼다.

한나라당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도지사선거전에서 자민련과 국민회의의 공조가 깨진지는 오래다. 사정이 이러니 오가는 말도 거칠다.

이용희 국민회의지부장이 지난 18일 "진짜 여당은 국민회의고 자민련은 들러리당" 이라며 "자민련의 이원종 도지사후보는 여권단일후보가 아니다" 고 연설하자 자민련 김창영 (金昌榮) 부대변인은 즉각 "그 발언이 국민회의의 진심인지 해명하거나 李지부장을 출당조치하라" 고 경고했다. 자민련의 중앙당직자는 "이젠 충청권에서 우리 후보들이 이기기 위해 김대중대통령 욕을 안할 수 없게 됐다" 고 분개했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도 "자민련보다 차라리 한나라당 후보가 돼서 우리 당으로 영입하는 게 낫겠다" 고 내심을 드러냈다. 국민회의는 대전.충남에서도 20곳 선거구중 13곳에 후보를 내 자민련의 자존심은 상할대로 상한 상태. 공동정권 분열의 씨가 충청지역에서 뿌려지고 있는지 모른다.

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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