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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준비 역시(歷試)가 최고” “손녀 공부시키려다 붙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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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지난달 23일 실시한 제6회 ‘역시(歷試·한국사능력검정시험)’ 지원자가 3만 727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치른 제5회 ‘역시’ 지원자보다 21%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 인원이다. ‘역시’는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정옥자)가 주관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한국사 대중화 프로그램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급수별 최고 득점자는 ▶강호남(고급) ▶이지영(중급-3급) ▶정순찬·문예인·이승주·유찬호(중급-4급) ▶김준(초급) 씨라고 14일 발표했다.

일반인 대상의 고급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97점을 얻은 강호남(18·사진)군은 서울 대원외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수험생. 강 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사와 근·현대사 과목을 선택할 예정인데 ‘역시’ 준비가 큰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동양사를 전공하고 싶다는 강 군은 “강성했던 고구려와 쇠락의 길을 걸었던 대한제국 말기의 국제관계를 비교하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어릴 때부터 집에 TV를 두지 않은 학자 부모님 덕에 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초급 과정에서 80점이란 높은 점수로 5급에 합격한 이은자(71)씨는 최고령 합격자의 영예를 안았다. 대구에 거주하는 이씨는 “초등 5학년 손녀를 공부시키려 함께 응시했는데 나도 5급에 합격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씨의 최종학력은 중졸. 여자아이라고 부모가 학교를 안 보내려는 걸 억지로 우겨 겨우 중학교는 마칠 수 있었다. “사회 과목을 제일 좋아했는데 아직도 학교 때 배운 역사 내용이 또렷이 기억난다”는 그는 ‘역시’를 준비하면서 여학생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즐거웠다고 했다. 이번 결과에 고무된 이씨는 단계를 올려 4급 시험에 다시 한 번 도전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외 파견 교육 공무원 선발 때 국사 시험을 ‘역시’로 대체했고, 올해에는 국비유학생 선발시험에까지 확대했다. 또 초·중·고 생활기록부의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란에 ‘역시’ 합격사항을 기재할 수 있다.

제7회 ‘역시’는 10월 24일(토) 치러진다. 원서접수(www.historyexam.go.kr)는 9월 한달이다. 02-500-8380.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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