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파리 특급호텔 저녁 메뉴는 한식”

중앙일보

입력 2009.06.15 01:42

업데이트 2009.06.15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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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 있는 특급호텔의 식탁에 김치와 갈비찜이 오른다. 파리의 르 그랑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25일 저녁 열리는 ‘한국의 밤(Soirée Coréenne)’ 행사에서다.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는 지휘자 정명훈씨가 디자인한 메뉴를 바탕으로 만든 푸짐한 코스요리가 제공된다.

인터콘티넨탈호텔 배한철 총주방장(左)과 디디에 벨투와즈 총지배인이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한국의 밤’ 행사 때 내놓을 한식 메뉴를 논의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의 인터콘티넨탈호텔 총지배인 디디에 벨투와즈(56)는 “콧대 높은 파리의 특급호텔 식탁에 한식이 데뷔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인이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 관·민이 손잡고 이번 행사를 연다. 외교통상부·농림수산식품부·문화체육관광부·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 측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민간에선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 나섰다.

오이냉국과 백김치를 곁들인 비빔밥下 등 코스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인터콘티넨탈호텔 제공]
프랑스 정·재계 인사 등 모두 300여 명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한국 측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한승수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다. 식사 코스는 ‘간장 소스의 가리비 구이’로 시작해 ‘실파 향의 흰살 생선 구이와 고추장’을 거쳐 ‘쇠갈비 구이와 쇠갈비찜’과 ‘비빔밥과 오이냉국’으로 이어져 ‘오미자 디저트’로 마무리된다. 소프라노 조수미씨와 피아니스트 김선욱씨가 식후 공연을 한다.

이 행사가 파리의 특급호텔에서 열리기까지는 벨투와즈가 같은 호텔의 총주방장 배한철(54)씨와 함께 1년간 준비해온 막후 작업이 큰 역할을 했다. 행사의 메뉴를 최종 점검하는 자리에서 벨투와즈와 배씨를 만나 뒷얘기를 들었다.

벨투와즈가 먼저 계기를 만들었다. 먼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지중해 지역 인터콘티넨탈호텔 총책임자인 디디에 보와댕을 지난해 서울로 초청했다. “파리 호텔 측에서 처음엔 망설이는 것 같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을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맘먹고 그를 초청해 한식을 대접하고 서울의 명소를 보여줬지요.” 유럽으로 돌아간 보와댕은 당장 오케이 사인을 보내왔다.

그때부턴 배 총주방장이 바빠졌다. 지휘자 정명훈씨가 짠 메뉴를 요리로 만들어냈다. 파리의 6월 말 기상까지 고려해 메뉴를 일부 조정했다. 더운 날씨를 고려해 비빔밥엔 장국 대신 오이냉국과 백김치를 곁들인 게 일례다.

한국 식재료를 서양식으로 표현하는데도 공을 들였다. 배와 무를 얇게 썰어 켜켜이 쌓아 갈비요리에 함께 제공하고 생선구이를 담는 흰색 접시는 고추장 소스로 멋스럽게 장식했다. 또 ‘프랑스에서 내놓는 요리에 후식이 엉망일 순 없다’고 생각해 ‘복분자 소스를 곁들인 오미자 디저트’를 개발했다. 오미자 특유의 강렬한 맛이 복분자 소스와 함께 새콤달콤 어우러진다.

그와 벨투와즈가 가장 정성을 들인 것은 음식과 와인의 조합이다. 각 요리에 맞는 프랑스 와인을 선정했다. 배 총주방장은 “우리 음식이 맛있으니 어서 먹으라고만 하면 예의가 아니다”라며 “와인이 빠진 프랑스 만찬은 상상할 수 없는 만큼,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서 우리의 음식과 당신의 와인이 이렇게 잘 어울린다고 제안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요즘 배 총주방장은 파리 호텔 관계자들과 e-메일로 요리법과 사진을 수시로 주고받으며 한창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국제교류재단이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의 윌라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었던 한식세계화 행사 때도 한식당 ‘우리가’와 함께 가교 역할을 했다. “워싱턴DC 행사가 끝난 뒤 외국인 주방장들이 저를 에워싸고 ‘김치 남은 것 없느냐’ ‘갈비요리 조리법 좀 적어 달라’고 해 뿌듯했어요.”

이번 파리 행사에서는 아예 메뉴에 들어 있는 몇 가지 요리의 조리법을 호텔에 주고 올 생각이다. “한 번의 행사로 끝내는 게 아니라 파리 호텔에서 응용해 그들의 메뉴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벨투와즈 총지배인이 거들었다. “세계 어디에 있는 호텔이든 토마토 소스의 스파게티와 스시는 항상 메뉴에 등장하지요. 바로 그 옆에 비빔밥이나 갈비찜이 오를 차례입니다. 호텔의 체인은 전세계에 퍼져 있고 또 상당히 끈끈한 만큼, 파급효과가 클 겁니다.”

최종 점검 자리에서 요리를 맛본 피아니스트 김선욱씨는 “미식으로 긍지가 높은 프랑스에서 한식도 프랑스 요리 못지 않다는 인식을 줄 거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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