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무의 탈출 고실업시대]15.가족의 협조를 구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금년처럼 가정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강조된 적은 없었다. 그만큼 가정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가장의 실직과 가출,가족동반자살, 이혼 등이 잇따르고 있으며 가정파탄으로 하루 아침에 가장이 된 노인과 아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가정이 무너지면 최후의 안식처가 사라지게 된다.

실직자는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족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재취업의 선행조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재취업을 위한 전략은 크게 두가지다. 눈높이를 낮추는 방법과 재투자를 하는 방법인데 두 경우 모두 가족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눈높이를 낮춰 이른바 3D업무를 할 때 가족이 이해를 해줘야 힘과 용기가 생긴다. 가족이 부끄럽게 생각하면 오래 지속할 수가 없는 법이다.

또 자격증을 취득하든, 창업을 하든 재투자에는 시간과 돈이 요구된다. 가족은 참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재취업의 근본적인 힘은 가정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가족들은 이제 가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현재의 가정 구조를 바꾸는 노력을 조금씩 해야 한다. 그리고 실직자들은 가부장적인 가장의 위치에서 내려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돼 있고, 자녀들이 대학에 가면 아르바이트를 통해 등록금을 마련하는 모습 등은 가족간의 역할분담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에게 집중돼 있는 책임과 권한을 가족의 구성원들이 감당해 줄 때 가장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재취업을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실직자들은 지금부터라도 가족에게 자신의 처지와 입장을 얘기하고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진지하게 의논하자. 이런 솔직함이 전제될 때만이 '백지장을 맞들 힘' 이 나올 수 있다.

우선 아내에게 솔직하자. 가까이 있는 만큼 난관을 극복하는 힘은 배가될 것이다. 자녀들에게도 이해를 당부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자.

양병무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