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박물관서 중국 서안 碑林 탁본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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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서예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순례성지가 있다. 중국 시안 (西安) 비림 (碑林) 이다. 비림은 산시성 (陝西省) 박물관 내에 비 만을 모아놓은 곳을 부르는 말이다.

과장.허풍이 중국식 수사법이라고 해도 '비석으로 이뤄진 숲' 이란 이곳 만은 사실에 가깝다. 소장한 비석 3분의 2를 땅 속에 파묻어 놓고도 전시 중인 비석이 1천8백 개를 넘는다.

비림이 서예 성지 (聖地) 인 것은 우선 동진 (東晉) 의 서성 (書聖) 왕희지 (王羲之)에서 근세의 우우림 (于右林) 까지 명필이란 명필의 글씨는 모두 이곳 비석에 있기 때문이다.

또 한자 글자체를 통일시켰다는 진나라 이사 (李斯) 의 소전 (小篆) 이나 한나라 때 경전을 비석에 새긴 희평석경 (熹平石經) 처럼 한자 변천사에 빼놓을 수 없는 증빙자료가 이곳에 전부 모여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박물관 (관장 金仁會)에서는 2년 동안의 준비작업 끝에 서안의 비림을 국내로 옮겨왔다. 무거운 돌이 아닌 탁본 전시지만 비림의 비석 사이에 이는 먹향과 서예 정신을 느껴보기에는 충분한 전시다. 02 - 361 - 3337.

7월3일까지 열리는 '서안 비림' 전에 소개되는 탁본은 1백12점. 이사 글씨인 역산각석 (역山刻石) 을 시작으로 왕희지의 글씨를 24년 동안 모아 회인 (懷仁) 이 썼다는 '집왕희지서 성교서비 (集王羲之書 聖敎序碑) , 힘있는 해서체의 모범처럼 여겨지는 구양순의 '황보탄비 (皇甫誕碑)' , 원숙한 안진경 글씨인 '안씨가묘비 (顔氏家廟碑) 등이 즐비하다.

비림은 북송 때인 1087년 처음 세워져 지금은 6개의 비랑 (碑廊) , 7개의 비실 (碑室) , 8개의 비정 (碑亭) , 그리고 대형 석각예술진열실로 되어있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ygad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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