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그린여왕의 두둑한 배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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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세리가 마지막 파4인 18번홀에서 세컨드샷으로 온그린에 성공한 후 그린으로 향할 때는 이미 승부가 결정난 후였다. 박세리는 활짝 웃으며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챔피언 행진' 에 나섰다.

박세리가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숨은 힘은 그녀의 웃음이었다. TV화면 등을 통해 비춰진 박세리는 항상 진지한 모습으로 자신의 경기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린에서 다음 티잉그라운드로 옮기고, 티샷을 날린 뒤 공으로 향하는 사이 캐디 제프 케이블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밝게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전 홀에서 1m안쪽의 퍼팅을 아쉽게 놓치고도 마찬가지였다.

3라운드부터 박세리는 최소한 10차례 이상 근거리 버디퍼팅을 놓쳤다. 그러나 단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금방 잊어버리고 웃을 수 있는 자신감과 두둑한 배짱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날 3라운드를 1오버파 (72타) 로 마쳐 공동 1위로 '반걸음' 내려선 뒤에 박세리는 "퍼팅이 안돼 불안하지 않았나" 라는 기자의 질문에 박세리는 "오늘 운이 없었던 대신 내일은 두배로 운이 좋을테니 퍼팅도 잘 들어갈 것" 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이야말로 박세리의 진정한 우승 비결인 것이다.

윌밍턴 = LA지사 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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