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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호랑이 증명사진 찍던 날 멋진 놈, 사나운 놈, 귀여운 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8호 18면

1 코아(♂) 2 리아(♀) (세 살, 남북한 최초의 통일합작호랑이 남매) 3 독도(♂) 4 영토(♀) 5 지킴(♀) (한 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때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이름 공모전에서 262대 1의 경쟁률 기록) 6 용호(♀, 세 살) 7 아름(♀, 네 살) 8 맹호(♂, 세 살) 9 다운(♀, 네 살) 10 강산(♀, 네 살) 11 호국(♀, 세 살) 12 대한(♂, 세 살, 2006년 월드컵 토고전 승리하던 날 형제인 민국·승리와 같이 탄생) 13 호비(♂, 여섯 살, 인기가수 비처럼 국민의 인기를 받으라는 뜻) 14 두만(♂, 여섯 살, 2005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기증받음) 15 한청(♀, 네 살, 88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였던 호돌이·호순이의 3세대 손녀)

시베리아 호랑이 24마리가 경기도 과천 서울동물원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으니 외국 동물원의 짝을 찾아 시집·장가를 갈 수 없었답니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가 인정하고 독일 라이프치히동물원이 관리하는 ‘국제 호랑이 혈통족보’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WAZA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148종에 대해 ‘국제혈통등록’을 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순종을 보전하고 혈연관계나 유전정보를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서울동물원은 근친 번식을 피하기 위해 2000년 이후 외국 동물원과 혼사를 추진했으나 족보가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에서 데려온 라일과 낭림의 출생·성장 기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낳은 새끼도 마찬가지였지요.

서울동물원은 최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호랑이들이 순종 시베리아 호랑이라는 사실을 입증했고, WAZA와의 협의를 거쳐 등록을 마무리지었습니다. 그동안 암수가 격리된 채 외롭게 독수공방해 왔던 호랑이들의 혼삿길이 열린 것이지요. 동물원 측은 조만간 시베리아 호랑이를 보유한 외국 동물원과 접촉해 일부를 내보내고 새 식구를 맞이할 계획이랍니다. 국제자연 보호연맹(IUCN)은 시베리아 호랑이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극동지역과 중국 북동부 지역에 400여 마리가 야생 상태로 서식하고 있다고 하네요.

백두산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그들의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주초에 서울동물원을 찾았습니다. 야외 방사장에 있던 대한·용호·승리·맹호·호국은 사육사가 던져준 닭고기를 향해 멋지게 몸을 날렸습니다. 호랑이의 용맹한 모습에 관람객의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일반 관람객은 볼 수 없지만 방사장 뒤의 내실에도 호랑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2005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선물한 두만은 철창에 들이댄 렌즈를 향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어 기자를 혼비백산하게 했습니다. 맹수의 강렬한 체취가 훅 끼쳐 오고 침이 튀었습니다.

출생 기록이 문제됐던 낭림은 구석에 숨거나 갑자기 카메라를 공격해 결국 촬영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호랑이들은 맹수답지 않게 귀여웠습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던 2008년 6월 태어난 새끼 호랑이에게 관람객은 독도·영토·지킴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돌배기인 이들은 사육사가 주는 우유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도 이 녀석들은 달려들기는커녕 혀를 쏙 내밀고 재롱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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