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김인호씨 영장심사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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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강경식 (姜慶植).김인호 (金仁浩)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검찰.변호인측이 5시간 넘게 쟁점마다 대립해 마치 정식재판을 방불케 했다. 최종갑 (崔鍾甲) 영장전담 판사는 이례적으로 두 피의자를 나란히 법정에 세워 대질신문까지 벌였으며, 姜.金씨는 검사출신 노승행 (魯勝行).김용환 (金容煥) 변호사를 공동 변호인으로 선임, 검찰측 논리에 맞섰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진행될 재판의 초점이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이승구 (李承玖) 대검 중수2과장은 "두사람은 6.25이래 최대 국난으로 지칭되는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 이라며 "이들은 정책실패에 대한 질책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공모, 고의적으로 외환위기 실상을 은폐했다" 며 공동책임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姜.金씨는 외환위기 진행과정에서 실상을 수시로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위기상황이 심각해진 지난해 11월10일 이후엔 IMF로 가는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다" 고 반박했다. 검찰이 "비망록에 부산시장에 출마하겠다는 부분이 있는데 혹시 정치적 목적 때문에 IMF행을 지연시킨 것 아니냐" 고 '정치적 야망론' 을 거론하자 姜전부총리는 "올해초 金전수석을 만나 '시장 선거에 나가면 청문회 없이도 우리 입장을 설명할 수 있지 않겠냐' 고 논의한 부분을 적었을 뿐" 이라고 해명했다.

검찰.변호인 양측은 이날 사안사안마다 첨예하게 맞섰지만 임창열 (林昌烈) 전부총리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회피해 그 배경에 궁금증을 더했다.'기아사태' 도 양측이 격렬하게 다툰 부분. 검찰이 "姜전부총리가 개인적 이유 등으로 기아사태 처리를 지연시키는 바람에 국가신인도가 추락, 결정적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고 주장하자 姜전부총리는 "기아가 음모론을 주장하며 여론조작을 시도한데다 정치적으로 타결하려고 해 해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고 설명했다.

검찰은 영장발부의 주요 요건인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를 강조하기 위해 姜전부총리가 수사도중 자신의 비망록을 조작한 사실을 들었다. 검찰은 또 金전수석도 당시 외환위기 보고선상에 있었던 재경원 관리들을 수시로 만나 입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문 도중 느닷없는 '대통령 교육책임론' 이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검찰이 혐의사실을 극구 부인하는 金전수석에게 "경제수석은 대통령에 대한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고 최종 결정자에게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 고 주장한 것. 잠시 머뭇거린 金전수석은 "그런 의무는 금시초문" 이라고 답변했다.

이상복.최현철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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