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퇴출]기업 돈가뭄…은행 등 대출금 무차별 회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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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실기업 강제퇴출 계획 발표에 따른 파장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재계는 종금사 등 금융권에서 거래 기업이 '부실' 로 판정될 것에 대비해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바람에 건실한 기업들까지 극심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으며, 외자유치 협상까지 사실상 올스톱돼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전경련은 14일 회장단회의에서 정부의 부실기업 강제퇴출 방침에 따른 부도대란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재계 구조조정 등 경제문제를 시장원리에 따라 풀어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한편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강제퇴출' 파문이 확산되자 13일 시중은행장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금융시장의 동요 진화에 나섰다.

◇외자유치협상 타격 = 재무구조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K사는 최근 미국에서 채권 발행을 추진해 왔으나 부실기업 선별방침 발표이후 외국 투자자들이 판정결과를 지켜본 뒤 진행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또 협조융자를 받은 모 그룹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추진해 온 계열사 매각 협상이 거의 무르익은 상태였으나 협상파트너가 갑자기 '이달말까지 시간을 좀더 갖자' 며 발을 빼는 바람에 애를 태우고 있다.

◇자금시장 경색 = 금융권에서는 부실징후가 보이는 기업은 물론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고 대출회수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이번주 들어 종금사들의 신규대출 중단과 대출금 회수가 갑자기 늘어 자금난이 심화됐다는 주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자금이 취약한 기업들은 은행권의 부실기업 정리 이전에 종금사에 의해 부도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이에대해 종금사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추가여신을 중단한 채 다른 금융기관의 회수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며 "만일의 경우 여신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 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 =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며 운영자금 확보와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본격적으로 서두르는 분위기다.

특히 부실기업 판정이 시작되면 해당 대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연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영렬·홍병기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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