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교육주간 맞은 김민하 교총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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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스승의 날을 옮겨달라는 학부모들의 얘기에 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교원단체 총수로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부끄럽습니다. 한국교총 시.도지부별로 윤리기구를 만들어 촌지를 받는 교사들은 영원히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추방하겠습니다. "

15일 스승의 날을 전후해 11~17일까지 교육주간으로 설정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민하 (金玟河.64) 회장은 "물리적인 촌지 해소책은 살벌했던 계엄령 및 5공 때도 실패했다" 며 "교사 스스로가 학부모들의 부담을 안겨줬던 촌지문제를 풀 수 있도록 자율에 맡겨달라" 고 호소했다.

- 윤리기구 구성으로 뿌리깊은 촌지문제를 풀 수 있겠습니까.

"교육부의 촌지대책은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시.도교육청이 개설한 촌지신고접수처는 결국 제자가 스승을 고발하라는 것 아닙니까. 망국적인 발상입니다. 자율적인 윤리기구 구성 및 교원의식개혁운동은 일부 오염교사들이 교단 정화운동에 동참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 촌지 교사들 때문에 교육계가 사회적 지탄을 받다보니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데요.

"주는 쪽 (학부모) 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교사의 자질과 양심의 문제이지요. 과거 도시락을 싸와 굶는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콩나무 시루 교실에서도 목이 터져라 열심이었던 선생님들이 지금도 많습니다. 교단은 아직 썩지 않았습니다. "

- 중앙일보와 벌이는 '학교를 바꾸자' 운동은 위축된 교단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인데요.

"그렇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참스승상을 찾아 제대로 조명하자는 겁니다. 일제하에서 독립을 고취시키다 박해당한 겨레의 스승을 찾아내 그 뜻을 알리고 주변에서 학생들에게 헌신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찾아내 국가의 양심인 스승들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뜻입니다."

- 대선 때 공약들이 신정부 이후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현 정부의 교육개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도 요인이겠지만 한마디로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아직도 대학의 연구예산은 대폭 줄고 있고 낙후된 교육환경개선도 시급하지 않다는 획일적인 경제논리가 현 정부내에 팽배해 있습니다. 단속위주 과외대책도 입시제도 개선 등 근본을 다루지 않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초.중.고교 교장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평가나 외부기관에 의한 대학평가도 교사사회의 혼란을 초래하거나 기존제도와 중복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전교조 합법화에 따른 교총의 향후 거취는.

"전교조는 노동조합보다 전문직 단체로 합법화되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교총은 교사.관리직 교원 등의 통합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교조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남북한 교원교류도 전교조와 공동추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金회장은 34년 경북 상주생으로 64년 중앙대교수 재직 이후 92년부터 97년까지 중앙대 총장.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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