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강원지사 공천싸고 '3각 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강원지사 후보 연합공천을 둘러싼 국민회의.자민련간의 갈등이 마침내 공동정권 수뇌부 사이의 긴장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여권 핵심부 주변은 숨죽이고 사태의 전개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총대는 조세형 (趙世衡)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과 김용환 (金龍煥) 자민련 부총재가 멨다. 13일 춘천에서 자민련의 강원지사 후보 선출대회가 열리기 전 趙대행이 전화를 걸어 "연합공천 결정때까지 대회를 중단해 달라" 고 공식 요구하자 金부총재는 "오늘 대회는 성대하게 치러질 것" 이라며 일축해버렸다.

金부총재는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해 "국민회의가 이상룡 (李相龍)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물론 무소속으로도 출마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이라는 경고까지 던졌다. 대회 중단 문제와는 별도로 'TJ (朴泰俊) 의 대회 참석 문제' 를 둘러싸고 양측은 전날부터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였다.

趙대행이 TJ를 찾아 "대회가 열리더라도 朴총재는 참석하지 않았으면 한다" 는 요청을 했다는 것. 대회에 김을 빼기 위해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자민련은 김용환.한영수 (韓英洙).박철언 (朴哲彦).박준병 (朴俊炳) 부총재 등이 밤 늦은 회의 끝에 북아현동 朴총재 집을 심야방문했다.

"춘천대회에 꼭 참석해야 한다" 는 부총재들의 요구를 전달했다. '한호선 (韓灝鮮) 따내기' 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듯한 TJ를 채근하고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결국 그는 참석하지 않았다.

朴총재측은 "내일 (14일) 대통령과 회동이 있는데 춘천대회에 참석하게 되면 아무래도 대통령과 부딪치는 인상을 주지 않겠느냐" 며 곤혹스러워했다.朴총재의 '번뇌' 는 그러나 조세형 - 김용환 수준의 압박 때문에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결국 공동정권의 DJT (김대중 - 김종필 - 박태준) 수뇌부에서 발생한 정치적 견해차의 부담이 TJ에게로 몰렸기 때문이라는 것. 자민련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지난주 朴총재와의 주례회동에서 강원지사 후보 선정 문제로 양당이 격돌하는 양상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취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朴총재측도 이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JP쪽의 입장은 다르다.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측은 朴총재가 춘천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점을 아주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다.

당측에 불참배경을 따져 묻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전화통화를 한다던 JP.TJ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며칠째 끊겼다고 한다.

'강원문제' 에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한 DJ와 JP의 갈등 사이에서 TJ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칫 공동정권의 생리적.본질적 한계 등이 표면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여권의 우려다.

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