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거래 실태]한탕노린 '초보사범'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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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마약으로 '한몫' 잡으려는 초보 마약거래자가 늘면서 이들의 '눈먼 돈' 을 겨냥한 가짜마약 판매업자가 생기는가 하면 검찰은 '마약형 축재 (蓄財)' 를 막기 위해 기소전부터 마약 피의자의 재산을 몰수하는 등 전에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뛰는 마약범 위에 나는 사기꾼 = 지난 1월 값싼 중국산 히로뽕 구입을 위해 직접 중국에 건너간 張모 (36) 씨 등 4명은 구입자금으로 가지고 간 돈 전액을 중국인 마약상에게 털리고 빈손으로 귀국했다.

2월 중순 張씨 등은 다시 1천여만원을 마련, 중국으로 갔으나 또다른 판매상에게 속아 프로카인 7백여g을 히로뽕 대신 갖고 들어오다 공항에서 검찰에 검거됐다.

2월초에도 중국 옌지 (延吉)에서 코카인을 구입하기 위해 5천달러를 준비해 갔던 鄭모 (34.무직) 씨 등 마약초보자 2명은 중국동포 마약상에게 속아 프로카인 4백g을 구입해 귀국했다. 진품인 줄 알고 카페 등지에서 판매하려던 이들은 경찰의 단속망에 걸려 구속됐다.

검찰관계자는 "鄭씨처럼 중국 현지에서 '질좋은 마약이니 큰 돈 벌 수 있다' 는 말만 듣고 속은 초보 마약사범이 상당수" 라고 말했다.

◇한발 더 앞선 마약관련 법망 =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지난달 15일 중국산 히로뽕을 대량으로 밀수한 뒤 수도권 일대에 공급해온 趙모 (44) 씨 등 7명을 구속하면서 법원으로부터 '기소전 몰수.추징.보전 결정' 을 받아 4억원대의 趙씨 재산을 몰수했다.

이처럼 유죄판결 확정 전에 마약 피의자의 재산을 몰수한 것은 지난 95년 12월 제정된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에 따른 것. 바로 피의자가 불법수입을 수사.재판과정에서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검찰측의 설명. 법원 역시 마약거래를 통한 불법수입과 재산형성에 관한 입증 책임은 피의자측에게 돌려 "마약으로 돈 좀 모으고 잠깐 살다 나오면 된다" 는 생각에 쐐기를 박았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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