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350만 관람 국내 1위…흥행집계 '주먹구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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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영화 '타이타닉' 이 마침내 역대 국내 흥행 1위 자리에 상륙했다. 20세기 폭스 코리아측은 '타이타닉' 이 지난 5일 기준으로 서울에서만 1백69만5천8백23명이 들어 '사랑과 영혼' (90년) 이 세웠던 1백68만5천8백23명이라는 기록을 깼다고 발표했다. 개봉한 지 80일만이었다. 지방까지 포함하면 전국에서 약 3백50만명이 이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직배영화 보지않기' 같은 '반 '타이타닉' 운동이 벌어진 것에도 아랑곳없이 순항을 계속했다는 얘기다. 폭스측은 약 35억원을 미국 본사에 송금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입장료중 문예진흥기금과 부가세를 제외한 수입금을 극장측과 50대 50으로 나눈 뒤 세금을 제한 결과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이 입장객수는 어떻게 집계된 걸까. '한자리수까지 딱 떨어진 걸 보면 전산망에 의한 합계가 아닐까' .천만에. 아직 한국에는 미국의 '박스 오피스' 같은 관객집계 시스팀이 없다.

일부극장들이 컴퓨터로 표를 팔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매표의 전산화 일 뿐, 표가 팔릴 때마다 실시간 (리얼 타임) 으로 중앙컴퓨터로 모아지는 체계가 아니다. 극장들을 연결하는 통신망이 없기때문이다. 따라서 직배사나 영화사들은 극장이 관객수를 속이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 결과 이들이 도입한 게 '입회인' 제도. 극장에 사람을 파견해 매회 들어온 관객수를 직접 확인해 영화사에 불러주게 하는 것이다.

이번 '타이타닉' 도 이런 식으로 산출했다. 현재 서울에서만 5, 6개 정도의 '입회인 회사' 가 있다. 직배사나 영화사들은 이들 회사에 1인당 하루 3만원씩을 지급한다. 그래서 영화 한 편이 10개극장에 걸리면 하루 30만원, 한달이면 천만원꼴이다. 전산망만 깔렸으면 지급하지 않아도 될 가외 비용을 물고 있는 셈이다.

극장주들은 망을 설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며 미동도 않는다. 혹시 수입이 다 드러날까봐 그러는가. 문화관광부에서도 원칙만 세워뒀을 뿐 실행을 미적거리고 있다.

'버라이어티' 같은 영화잡지엔 매주 주요 국가의 흥행실적이 실리지만 아직 한국은 올라있지 않다. 영화시장 세계 7위라는 체면에 어울리지 않는다. 관객통계는 영화산업의 기초자료다. 그것도 없이 과학적인 영화기획.정책이 가능할까. '타이타닉' 부러워하기 전에 '정보화의 사각지대' 부터 벗어나자.

이영기 기자 〈ley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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