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타이타닉 '쇠먹는 미생물'이 매일 100kg 먹어치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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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바닷속 타이타닉이 사라져가고 있다. 영화로 더욱 큰 화제를 모은 '타이타닉' 이 수중 미생물의 먹이가 돼 형체가 점차 없어져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캐나다 레지나대학 로이 컬리모어교수팀은 해저 3천2백여m에 있는 타이타닉 선체 일부를 채집해 분석.배양한 결과 선체의 철을 주식으로 하는 미생물 '레스티클' 을 발견했다고 미 인터넷신문 난도타임스 최근호가 밝혔다. 이 미생물들은 왕성한 식욕으로 타이타닉호의 철을 매일 1백㎏씩 갉아먹고 있다는 것. 이 미생물들은 선체에 고드름과 유사한 모양으로 군집을 이루고 있는데 지금까지 학자들은 이 황색 고드름을 동굴에서 형성되는 종유석과 흡사한 광물질로 여겨왔었다.

실제 3천m이상 심해에도 박테리아류의 미생물이 산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왔지만 타이타닉에 철을 주식으로 하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컬리모어 교수는 "이 미생물은 배가 침몰할 때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며 플랑크톤이나 먼지 등이 뭉쳐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바다눈 (海雪) 과 함께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 며 "최근 10년간 이 곳의 바다눈이 크게 증가하면서 배의 훼손도 빨라지고 있다" 고 진단했다. 한국해양연구소 현정호 (玄正昊) 박사는 "타이타닉은 화학작용으로 선체가 부식될 뿐 아니라 여기에 철을 먹는 미생물까지 있어 머잖아 웅장한 자태를 모두 잃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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