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열며]광란의 시대에도 평화가

고대 로마의 철인 (哲人) 이요, 문인이며 정치가였던 세네카 (BC4~AD65) 는 당시 로마 시민, 특히 젊은 이들에게 "이성 (理性) 이 죽어감으로써 조리 (條理.ratio)가 없어지고 있으니 합리도 멀어지고 윤리도 사라져가는구나. 참으로 '로마의 내일' 이 불안하고 위험하다" 고 탄식했었다. 일찍이 네로 황제의 스승이기도 했던 그의 입김이 로마의 정치.사회에서 무력해지면서 네로의 광기 (狂氣) 는 고삐가 풀리기 시작했으며 세네카가 자살형으로 죽기 (서기 65년께) 를 전후해 로마는 대화재 (64년께) 를 비롯한 그리스도 교인들에 대한 대량학살 등으로 광란의 죄악이 극에 달했다.

'공무원들의 부패가 이제는 갈 데까지 갔다' 는 신문사설을 봤다. 어디 공무원들 부패뿐이며, 정치가 연하는 감투병 환자들의 정기적인 발작 증세뿐이랴. 적지 않은 국민들의 생각과 행동, 특히 오락과 유흥에 젖어가는 일부 젊은이들의 타락은 억지를 부리며 떼를 쓰고자 하는 부조리 광란증세의 시작이다.개인생활이나 단체운영 및 국가경영에 있어 사회 전분야에 억지와 무리.부조리는 그 정도와 빈도가 치료불가능에 달할 정도로 광란하고 있는 느낌이다.

실로 광란의 사회요, 광란의 시대다. 사람들의 심성이 광란증에 걸려 있어서인지 기후도 광란하고, 각 나라의 돈주머니.칼자루들이 광란하니 이른바 강대국들의 언론과 예술계도 광란하고 있으며, 이제는 사람과 하늘에 이어 땅이 광란할 차례가 될까 걱정이다. 수도권의 주위를 봐도 광란병 결과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 동안 여러 대형 건물과 한강대교, 또 경기도 내에 건설중인 교량의 붕괴, 테제베 관련 부실공사는 물론 정치인들의 분당.합당.탈당.입당 등 배신의 교과서 제작과 과욕의 기업운영으로 인한 연쇄적 와해, 실업자 속출, 특히 3주 (광주.남양주.여주).3평 (가평.청평.양평) 지역의 위락시설 급증과 부동산 투기, 자신이 바로 마시는 한강 상수원 오염 사업과 특히 퇴폐영업으로 확산해 가고 있는 오락.유흥업소들의 민관 공동설립 운영, 체육과 그 중계방송에 대한 과도한 투자 등은 합리성 결여의 '사회광란' 으로 보인다. 더욱이 유럽과 일본.대만의 경우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청소년 야영장이 수천개나 있다.

우리의 경우 불과 몇만평 산림속에 몇십억원이면 되는 청소년 수련장 하나를 제대로 못 갖추고도 경기도 내에 지금 평균면적 50만평 내외의 골프장이 1백30여개 가까이 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곳 건설비를 약 1천억원 내외로 치면 대략 10조원의 자금이 최근 몇년간 경기도 내의 골프장 건설에 투자되고 있는 셈인데 이러한 투자가 이 지역에 있어서 최우선 투자일까. 경기도 3주.3평의 각종 시설투자와 함께 이는 광란의 행정이며 광란의 투자라고 아니할 수 없다.

식량대란 (食糧大亂).식수대란 (食水大亂) 을 눈 앞에 두고, 불철주야 경제전쟁이 불을 뿜고 있으며 전세계가 머리를 짜고 있는 터에 3주.3평 지역의 위락시설과 다른 분야에 비해 엄청난 투자로 골프장 건설에 최대의 협력행정을 뒷받침한 행정관료들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없다. 2천만 수도권 시민들을 향락과 소비로 유혹하는 각종 시설, 소비위주의 경제체제 조성과 시간낭비가 불가피한 시설로 한강 상류를 오염시켜 강산을 망치고 사회를 망치게 한 행정관들은 국가를 망하게 한 정치가들 못지 않게 부정할 수 없는 현 실상을 증거로 엄책 (嚴責) 돼야만 우리사회와 국가가 정화.안정되며 건전해질 뿐더러 희망이 있을 것이다. 실로 세상은 험하고 세월이 빠르며 인생은 짧다.

광란의 시대에 평화의 인생길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어보자. 중세기 독일의 켐피스 아 토마스는 그의 명저에서 네가지 평화의 길을 말하고 있다. "많이 갖기 보다 적게 갖길 원하라. 높은 자리보다 낮은 자리를 선택하도록 하라. 자신의 뜻을 내세우기보다 남의 뜻 받들기를 힘쓰라. 매사에 있어 공익을 위해 하느님의 뜻이 이뤄지길 바라고 빌어라. 이러한 사람은 평화의 영역에서 살게 되리라. " 광란의 시대에도 평화의 길은 있다.

변영기 천진암성지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