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성서 첫 철수 김용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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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서 철수하겠다는 뜻을 처음 밝힌 스킨넷의 김용구(41·사진) 사장은 “오랫동안 우리 직원의 신변 안전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라며 “어떤 직원 가족은 나를 붙들고 울면서 제발 북한 땅에 안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해외 바이어에게 남북 경협으로 생산된 제품이라는 것이 큰 호소력을 지녔지만 이제는 오히려 납품 시기를 못 맞출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994년 모피사업을 시작해 97년 9월 개성공단에 입주했다. 지난해 매출은 62억원이었고 이 중 25억원을 개성공단을 통해 올렸다. 9일 오전 서울 구로동에 있는 스킨넷 사무실에서 김 사장을 만났다.

-개성공단에서 철수까지 결심한 이유가 뭔가.

“사업가로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원의 신변 안전 문제를 가장 크게 고려했다. 지난해 말부터 개성공단 통행이 제한되고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공단에 상주하거나 오가는 직원의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남북 실무자 접촉이 11일에 예정돼 있다. 그때까지 상황을 볼 수 있었지 않았나.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11일의 결정이 어떻게 날지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용기 아닌 용기를 냈다.”

서해 5도에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다. 9일 새벽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안을 순찰하고 있다. [연평도=조문규 기자]


-그간 개성공단에서 이윤을 남기지 않았나.

“개성공단에 투자한 돈은 보증비·설비비 등 총 51만 달러 정도다. 2007년 9월에 입주했는데 누적 적자가 13만 달러다. 지난해까지는 북한 근로자들 기술교육 명목이라 생각하고 감내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남북관계가 현재와 같다면 이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시 입주할 생각은 없나.

“어제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 반장을 만나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직원의 안전이 보장되고 통관·통행·통신 등 이른바 ‘3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기업의 경영이 어느 정도 보장됐을 때 다시 갈 수 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던 물량은 어떻게 할 건가.

“중국 베이징에 공장이 하나 있다. 그쪽으로 돌릴 생각이다. 개성공단 물량이 전체의 40% 정도가 된다. 중국은 개성공단보다 단순 인건비가 비싸지만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괜찮은 편이다.”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다른 업체도 있나.

“우리 회사는 투자 규모가 비교적 작아 손실이 크지 않다. 하지만 투자비가 수십억에 달하는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에서 인건비를 올리겠다는데.

“개성공단에 입주한 많은 기업은 중국 정도로만 경영권이 보장된다면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임금 인상을 해 줄 의향도 있다. 이번 당국 간 접촉에서도 이 점을 강조해야 한다.”

문병주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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