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개헌’ 공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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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대표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9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반면 다른 정치 현안에선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관계기사 12면>

안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회가 왜 매일 싸우는 전쟁터가 돼 버렸나. 그것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당이 유리하냐를 놓고 국회에서 대리전을 벌이기 때문”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선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을 얻고, 그렇지 않은 당은 모든 것을 잃는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 게임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에서 지더라도 다른 기회가 있는, 권력을 나누는 괜찮은 구조로 가야 한다”며 “그런 것이 바로 프랑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과 수상의 권한을 분산시켜 대통령은 직접선거로 뽑고 수상은 국회에서 뽑아 권력을 나누면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정쟁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가 극복되면 본격적으로 (개헌 문제가) 거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 원내대표는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 중 재선 이상이면 대개 분권형 대통령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도 토론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잘못된 통치 구조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고, 서거 다음 날부터 일부 언론에서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봤다”며 “책임회피용·국면전환용으로 제기하는 것이라면 경계하지만 서거 정국이 마무리되고 나면 통치 구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내대표는 경제위기가 극복되면 개헌 논의를 하겠다고 했지만 현 정부에서 위기를 다 극복할 순 없을 것이다. 이번 제헌절 이후 논의의 서두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왔다. 그는 “개헌 논의의 장이 마련되면 민주당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우윤근 의원은 29일 『한국 정치와 새로운 헌법질서』라는 제목의 저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우 의원은 이 책에서 현행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현행 제도상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권력 분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달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대통령이 4년 일하고 국민이 찬성하면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좋다”며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했다.

개헌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은 제헌절을 전후해 국회가 개헌 논의에 착수하고, 정기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한 뒤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일정을 구상 중이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가 모두 개헌 논의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면서 김 의장의 구상이 탄력을 받을지가 주목된다.

김정하·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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