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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광고 핑계 불매운동은 조폭적 행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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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른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약칭 언소주)이 중앙·조선·동아일보에 광고를 많이 게재했다는 이유로 광동제약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광동제약은 하루 만에 이 단체가 요구한 대로 몇몇 특정 매체에도 광고를 싣겠다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시장원리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언소주 대표는 “첫 불매운동이 너무 쉽게 종결된 느낌”이라며 “다음 (불매) 대상에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고는 기업이 물건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영역이다. 광고 효과와 발행 부수, 광고 비용을 엄밀히 따져 효용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배정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도 일부 신문에 광고를 더 많이 실었다고 뭇매를 때리는 것은 조폭적 논리요, 사회적 린치나 다름없다. 더구나 다른 사건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한 힘없는 제약업체를 난도질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신문에 광고를 싣도록 강요하는 행위는 비겁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저질적인 광고영업 사원도 이런 악질적인 짓은 하지 않는다.

불매운동은 한 기업이 반사회적인 일을 저질렀거나 명백히 도덕성을 상실했을 때에야 정당성을 가진다. 이번 불매운동은 다른 논조의 신문을 물어뜯고 자기편 신문을 돕기 위한 노골적인 정치적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언소주는 지난해 광우병 파동 때도 중앙일보 등의 광고를 방해했다가 회원 24명이 유죄판결을 받은 단체다. 그들은 “이번엔 상품 불매운동을 벌인 것이므로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중앙일보 등에 더 많은 광고를 주었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핑계로 한 기업을 매장시키려는 행위는 범죄나 마찬가지다.

광동제약이 딱할 뿐이다. 중앙일보 등에 집중 광고를 하는 상당수는 해외 초일류 기업을 비롯한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이들은 엄격한 시장조사를 통해 차별적으로 광고를 배정한다. 이들에겐 감히 덤비지 못하고 힘없는 토종 기업만 골라 두들겨 패는 작태가 한심스럽다. 법 테두리를 벗어난 불매운동은 당연히 제재돼야 한다. 이런 탈법행위가 방치되는 사회는 암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