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총장들의 입시개혁 선언, 구체적 실천 당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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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이 성적 위주의 입시 관행을 지양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대입 전형을 개선하겠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200개 대학 총장이 한목소리로 입시개혁을 다짐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과 사회를 향한 총장들의 엄중한 약속이란 점에서 미래 교육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수능과 내신으로 줄 세우는 정형화된 입시 틀을 깨고,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대입 제도가 정착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그간 입시 문제는 학생·학부모가 짊어진 고통스러운 굴레였으며 교육 경쟁력을 갉아먹는 폐단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선언이 이런 고통과 폐단을 줄이는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러자면 구체적이고 단호한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대학과 고교가 머리를 맞대고 공교육을 살리는 방향의 새 전형방법을 이끌어내는 일부터 해야 한다. 대학과 시·도교육청이 협의체를 구성해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19개 대학과 부산시교육청이 지난 2월 다양한 독서활동 내용을 전형자료로 활용하는 새로운 입시모델을 도입하는 협약을 한 게 좋은 예다.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선발방식을 다양화·특성화하는 노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성적보다는 특정 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학생이 대학에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열어 줘야 한다. 그래야 대학 교육의 효율성도 높이고,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이제 걸음마 단계인 입학사정관제 정착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치밀한 준비로 입학사정관제의 신뢰성과 공정성,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전형방법에 익숙한 학생·학부모가 잠재력·소질 같은 적성적 요소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를 수용하게 하려면 신뢰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공교육은 대입 제도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대학 총장들이 대학 입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나선 것도 그래서다. 총장들이 성적만이 아니라 잠재력과 창의성을 고루 평가하는 대입을 정착시켜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