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총리인준 휴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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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러시아 정국은 세르게이 키리옌코 총리인준을 둘러싼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한바탕 풍파를 치른 뒤 야당의 후유증.신실세 등장 등 정계개편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한층 복잡해졌다.

우선 정치권 내에서는 이번 사태 뒤 개혁.보수.극우.중도의 4개파로 갈려 있는 국가두마 (하원) 의 세력구도 내에 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총리인준 관철로 기세가 오른 '우리집 러시아당' 등 친여 개혁정당이 중도파인 야블로코당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야블로코당은 총리인준 이후 공산당과의 반정부 투쟁이라는 공조를 청산하고 이번 개각에서 재무.노동장관 등에 자당 출신을 진출시켜 현정권의 공동책임자라는 평가마저 듣고 있다.

99년 하원선거에서는 야블로코와 우리집 러시아당 등 친정부적 개혁정당들이 공동전선을 구축, 연립정부 총리후보 등을 놓고 빅딜을 모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산당은 이번 총리인준 과정에서 철저히 깨지면서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옐친대통령이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를 철저히 무시한데다 총리인준 게임에서 패배하자 주가노프 당수는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 가을 이전 키리옌코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시키겠다" 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총리인준 과정에서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의 일원인 겐나디 셀레즈뇨프 하원의장 (공산당) 이 공개적으로 인준 지지입장을 천명하고 투표결과 공산당 내에서 이탈표가 발생한 데 따른 내홍이 더 다급한 문제다.

당 지도부는 인준거부 실패에 따른 책임론을 제기하는 과격파를 추스르는데 상당한 힘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은 다르지만 새롭게 구성된 권부의 실세에 개혁성향의 젊은 인사들이 대거 임명된 것에 대해 기득권 세력들은 긴장하고 있다.

결국 향후 정국은 새로운 판짜기와 신 (新) 실세와 기득권 세력간의 싸움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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