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 해킹조사 적극 협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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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요 국가기관에 대한 해킹 용의자 중 한 명이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외국어학원의 중국인 학생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진원지를 중국으로 보고, 중국 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고 주중 한국대사관에 사실확인을 지시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에도 한국에 대한 중국발 해킹은 많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개인이 아닌 특수 조직이, 기밀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주요 국가기관을 집중 공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기관 직원의 ID까지 도용할 정도라면 상당히 계획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건에 중국의 군당국이 관련됐다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 범인과 배후를 밝혀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해킹 조직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데다, 만약 중국 군당국이 개입됐다면 수사에 성의를 보일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은 외교 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는 중대사안이란 점을 인식해 적극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수사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해킹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시스템 및 인력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해킹은 전년보다 72% 늘어난 2만6000건에 달했다. 특히 한국에 대한 중국발 해킹은 올 상반기에만 1만628건에 이를 정도로 급증 추세다. 중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전문 해커부대를 양성하는 등 이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는 특히 이런 공격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비단 중국이 아니더라도 세계는 이미 총성 없는 '사이버 전쟁' '사이버 테러'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그런 만큼 해킹에 대한 조기 경보체제를 갖추고, 국제 공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한시도 미룰 수 없이 시급한 과제다.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간 이번처럼 정보유출에 그치지 않고, 국방 및 금융전산망 공격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극단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