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부농됐다]4.봉제업체 사장서 '우렁이 도사' 된 이상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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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하루 종일 우렁이와 '대화' 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라요. " 요즘 충남논산시강경읍채산리에 가면 적당히 그을린 이상규 (李相圭.46) 씨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도시의 번잡함에 찌들려 살던 李씨에게 웃음과 건강을 되돌려준 것은 다름 아닌 우렁이. 96년 우렁이 양식을 시작한 李씨는 이제 '도사' 소리를 듣는다.

산출량이 월등할 뿐 아니라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맛도 상큼해 구입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우렁이 양식의 대표 농가로 인식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오는 견학자가 매일 두세 팀은 있다.

李씨의 성공 비결은 부지런함과 성실한 관찰. 아침7시에 출근해 저녁7시 퇴근할 때까지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양식장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은 채 잔손질을 한다. 온도와 수온을 시간마다 체크하며 환경을 맞춰준다. 크게 고된 일은 없으나 한눈 팔았다가는 금세 출하량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양식장에서 살다시피 한다.

그만의 '노하우' 도 일급 우렁이를 만들어 내는 비결. 우렁이가 한군데 몰리지 않도록 칸막이를 쳐주고 사료 외에도 미나리.쑥.상추 등 신선한 야채를 먹이로 준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껍데기를 까자마자 소금처리를 한 뒤 바로 냉동시키고 있다.

李씨가 고향인 이곳 강경으로 귀농을 결심한 것은 지난 95년. 한때 10억원대 매출의 봉제공장을 경영했으나 거래업체의 연속 부도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28년간의 서울 생활을 청산했다.

李씨는 귀농에 앞서 일년간 영농 종목을 조사했다. 6녀1남의 막내로 자라면서 삽질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힘든 농사일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고른 것이 우렁이 양식. 우렁이 양식 알선단체인 '한국우렁이촌' 의 소개를 받기는 했지만 뭣보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면서 시장성이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경험자들을 찾아 전국을 누비며 초보자로서 주의할 점은 무엇이고 판로개척은 어떻게 하는가 등 실패 확률을 낮추려고 묻고 또 물었다.

이같은 노력 끝에 첫해에는 9백평에 종패 3백㎏을 뿌려 우렁이살 3t을 수확, 매출액 2천7백만원에, 순수익 2천만원을 올렸다. 지난해 7t을 거두어 7천만원의 매출 (순수익 5천여만원) 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억원의 매출 (순수익 7천여만원) 을 예상하고 있다.

또 올해안으로 현재 2백평인 비닐하우스를 8백평으로 늘려 지금까지 여름.가을에만 수확하던 것을 연중 수확으로 바꿀 예정이다. 사업경험을 살려 앞으로 유통에도 손을 대고 국내 수요가 채워지면 수출도 구상하고 있다.

李씨는 "비닐 하우스에서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우렁이를 보면 기운이 절로 난다" 며 "이 사업을 천직으로 알고 우렁이 보급.확대에 더욱 힘쓸 생각" 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연락처 한국우렁이촌 02 - 562 - 8840

논산=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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