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불고기 핫도그 대박 … ‘발상 전환’ 미국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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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의 예술가 거리로 이름난 소호. 이곳의 핫도그 전문점 ‘뉴욕핫도그&커피’에선 핫도그를 사먹으려는 미국인들이 줄을 선다. 하루 3000~3500달러(약 370만~440만원)의 매상을 올리는데 그중 절반 이상은 김치와 불고기를 토핑으로 듬뿍 얹은 6달러99센트(약 8700원)짜리 ‘김치·불고기 핫도그’다.

‘뉴욕핫도그&커피’ 운영자는 ㈜스티븐스 최미경(51·사진) 대표. 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재미동포다. 미국엔 1982년 건너갔다. 2008년 개점한 소호점이 뉴욕 타임스와 현지 맛 평가 사이트 옐프(YELP)에서 호평을 받은 뒤 점포를 컬럼비아대학, 뉴저지·버지니아주 등 네 곳으로 늘렸다. 다음 달엔 LA로도 진출한다. 다음 달 초 LA공항에 가게를 여는 데 이어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에도 개점을 추진 중이다.

1일 뉴욕핫도그&커피 서울 명동점에서 만난 최 대표는 “뉴욕에선 이국적인 맛이 인기를 끄는 터라 매운 것, 특이한 것과 핫도그가 접목되면 성공할 것이라 봤는데 예상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핫도그 본고장에서 메뉴판에도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적어 놓은 김치·불고기 핫도그와 닭갈비(Dakgalbi) 핫도그를 현지인들에게 판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1년 뉴욕시 벨 불러바드의 한 이탈리아 음식점에 숍인숍 형태로 고춧가루를 넣은 소시지로 만든 매운 핫도그 가게를 냈다가 성공한 뒤 본격적으로 미국 사업을 벌여 나갔다. 국내에선 2002년부터 가맹점 사업을 벌여 현재 189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소호의 김치·불고기 핫도그는 국내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부터 “한국적인 특성을 살린 메뉴로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싶다”는 생각에 6~7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최 대표는 “김치의 매운맛은 하나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볶아 소시지 위에 올렸다”며 “소시지와 김치·불고기의 맛이 따로 놀지 않고 한꺼번에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 미국인을 사로잡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의외로 좋아하는 마늘과 양파를 듬뿍 갈아 불고기 양념을 했고, 소시지를 미국인들이 먹는 것보다 다소 싱겁게 한 대신 김치와 불고기로 간간함을 살렸다.

그는 “일본 스시처럼 한국의 김치와 불고기도 세계적인 음식이 됐다”며 “이것이 대중적인 핫도그와 접목될 경우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호의 가게에서 핫도그를 먹어본 이탈리아·독일·영국인들도 유럽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의해와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김치·불고기를 널리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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