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함께 넘는 노사]한일리스 노조, 쟁의기금 자사 주식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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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회사가 살아야 쟁의도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금융계의 대규모 구조조정 회오리속에 한일리스 노조원 (위원장 尹高旭.34) 1백14명이 88년 노조 설립 이후 10년동안 적립해온 노조쟁의기금 1억원을 자사 주식 매입에 쾌척, '회사 살리기' 에 나섰다.

쟁의기금은 파업때의 무노동 무임금에 대비해 모은 노조의 '쌈짓돈' .尹위원장은 "리스업계 불황으로 주가가 폭락해 노조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지만 우리는 비전이 있다고 믿는다" 고 말했다.

지난 84년 설립된 한일리스는 지난해 당기 순이익만 1백80억원을 냈고, 지난 2월엔 프랑스계 크레디리요네은행과의 원.달러 선물환계약으로 2백50억원의 환차익을 내기도 한 알짜배기 리스회사. 하지만 금융업계 한파로 인해 96년 11월 상장 당시 7천5백원하던 주가가 현재 8백원대로 1년반만에 10분의1 수준으로 폭락하자 노조가 연리 13%짜리 신탁회사에 맡겨둔 기금을 과감히 회사 살리기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尹위원장은 "전체 1천4백여만주에 비하면 우리가 매입할 10만주는 하루 상한가를 칠 정도의 미약한 수준" 이라며 "하지만 회사의 미래에 대해 노조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말했다.

이 회사 장종복 (張鍾馥) 대표이사는 "어려운 시기에 노조가 도와줘 너무 고마울 뿐" 이라며 "이를 발판삼아 기필코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살아남겠다" 고 다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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