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서 ‘피플 인사이드’ 진행하는 백지연 앵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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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스밈과 짜임’의 게임이다. ‘인터뷰어(기자)’의 물음과 ‘인터뷰이(취재원)’의 대답이 스미고 짜이면서 인터뷰가 완성된다. 여기, 한 판의 ‘인터뷰 게임’이 펼쳐진다. 인터뷰이의 이름부터 밝혀둔다. 백지연(45). 올해로 방송 21년차. 삶의 절반 가까이를 인터뷰어로 살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앵커’로 불린다. 인터뷰를 주무르는 솜씨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무수한 인터뷰를 진행했던 백지연씨는 “무슨 질문을 해도 자기 주장만 펼치는 사람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인터뷰이”라고 했다. [조문규 기자]


그런 그를 인터뷰이 자리에 앉히기로 했다. 때마침 그가 ‘인터뷰 쇼’ 진행을 맡았다. 케이블 채널 tvN에서 7일부터 방영되는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매주 일요일 밤 12시)’다. 매주 정치·문화·스포츠계 등 다양한 인물들이 인터뷰에 응한다.

◆“인터뷰는 방송의 꽃”=예상대로 그와의 인터뷰는 버거웠다. 준비해 간 질문은 겉돌았고, 어느새 그가 풀어내는 ‘인터뷰론’에 빠져들고 있었다. 하긴 20년 세월을 품은 그의 인터뷰 세계를 엿본 것만으로도 묵직한 수확이다. “방송의 꽃은 인터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어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전혀 다르거든요. 인터뷰이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들어야 할 이야기는 꼭 끌어내는 게 원칙이에요.”

스물넷이던 1988년 그는 MBC 뉴스테스크의 앵커로 발탁됐다. 입사 5개월 만이었다. 그로부터 8년8개월간 앵커로서 무수한 인터뷰를 했고, 이후 각종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그랬다. 20년이 넘도록 인터뷰만 해왔는데도 따로 준비가 필요할까. “인터뷰에 앞서서 가능한 많은 자료를 봐요. 상대에 대한 자료를 많이 볼수록 다양한 질문이 나오고 진정한 대화가 되거든요.”

그는 주로 정통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숱한 정치인이 그의 상대였다. 정치판에서 그는 때론 껄끄럽게 여겨졌다. “정치인 인터뷰는 편한 면이 있어요. 국민을 대신해 뭐든지 다 물어볼 수 있거든요. 정치인이나 공직자는 어떤 물음에도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두환 인터뷰는 숙제”=그는 그래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밀린 숙제처럼 떠안고 있다. 2004년 3월 YTN ‘백지연의 뉴스Q’ 첫 방송 때 아깝게 인터뷰를 놓친 적이 있다. 인터뷰를 고사하던 전 전 대통령이 방송 당일 갑자기 출연 의사를 밝혔지만, 중계 여건이 안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생방송을 진행하려던 찰나였어요. 중계차를 되돌릴 수가 없었죠. 간발의 차이로 희대의 인터뷰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커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그에게 “못된 질문 좀 하지 마라”는 농을 건넨다고 한다. 그만큼 ‘백지연표 인터뷰’가 집요하고 알차다는 뜻일 테다. 하긴 “꼭 질문하고 싶었던 걸 참았을 땐 잠이 안 올 정도”라고 하니 지독한 면이 없진 않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백지연에게 인터뷰란? “사람 그 자체죠.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우주가 있잖아요. 그 우주의 비밀에 가능한 가깝게 다가서는 게 좋은 인터뷰 아닐까요.”

정강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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