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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따로 인사 따로' 새정부 언론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문의 날 행사장에서 많은 언론인들 앞에서 미국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명언를 인용, 참석한 언론인들의 갈채를 받았다."제퍼슨은 신문없는 정부를 택할 것인가, 정부없는 신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했다.나도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그러나 정부 소유인 서울신문에 대한 인사는 대통령의 평소 언론관과 달랐다.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金弘一) 의원의 처남 윤흥렬 (尹興烈) 씨가 회사 살림살이를 책임질 전무에, 둘째 아들 홍업 (弘業) 씨가 맡고 있는 아태재단 기조실장 김삼웅 (金三雄) 씨가 논조의 방향을 결정하는 책임자인 주필에 임명됐기 때문이다.尹씨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밝은 세상' 이란 기획사를 운영하면서 TV토론과 여론조사 등을 맡았던 공신. 金씨는 金대통령의 야당시절 당 기관지를 만들던 당보 주간 (主幹) 출신으로 아태재단에 몸담고 있었다.문제는 이들 모두 신문사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언론사의 중책을 맡은 것은 대통령과의 인연, 다시 말해 대통령 만들기의 공헌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언론의 독립성.공정성을 보장하겠다는 공언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울신문 민영화 공약과도 맞지 않다.언론 유관단체인 한국프레스센터와 한국방송광고공사 인사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통령은 또 한국프레스센터 이사장과 방송광고공사 사장을 임기가 끝나기 전 경질했다.그 자리는 金대통령의 비서출신인 배기선 (裵基善.방송광고공사 사장) 씨와 자민련 출신인 김문원 (金文元.한국프레스센터 이사장) 전의원이 각각 차지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인사에 대한 여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한 청와대 관계자는 尹씨 등의 중용에 대해 "개인적으로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다.대통령의 철학을 잘 대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

국민회의 고위 관계자도 "전문가나 내부 인사만으로는 대통령의 개혁을 잘 수행할 수 없다.대통령의 뜻을 잘 헤아리는 적임자가 임명됐다" 고 말했다.결국 언론의 독립성.공정성보다 金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보다 중요한 인사의 잣대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이 가신 (家臣) 들을 요직에 중용했을 당시의 주장과 너무나 흡사하다.당시 야당이었던 현 여권 관계자들이 그토록 비난했던 논리이기도 하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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