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 개방을 보는 업계]"표절 없앨 계기" 긍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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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화관광부가 17일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구체적 계획을 밝힌데 대해 영화.애니메이션.가요 등 관련 업계에서는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어떤 형태로든 개방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됐던데다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키워왔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영화 = 일본 영화가 당장 수입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일본 영화 중에서 흥행 대작이라고 할 만한 영화가 1년에 2~3편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의 예로는 '실락원' 이나 '함께 춤추실까요' '하나비' 정도다.나머지 영화들은 아무리 한.일간 국민 정서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별로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또 고전 걸작 영화들은 이미 수입 비디오 등을 통해 젊은이들 가운데 볼 만한 사람들은 다 보았고, 설사 극장에 걸리더라도 관객을 수십만명씩 끌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표절시비가 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본다.제작사 '기획시대' 의 유인택 대표는 "영화인들은 자신감을 갖고 있다.

다만 직배영화가 들어올 때처럼 느닷없이 발표해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뺏는 잘못을 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고 당부했다.

또 개방 초기에 수입경쟁이 붙어 '가격 올리기' 가 재연되지 않도록 업계가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문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쪽이다.아직 자체적인 생산능력이 취약한데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가장 강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가요 = 시기상조론.단계적 개방론이 대립돼 왔으나 최근 개방 대세론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뿌리깊은 일본 가요 표절을 근절하고 국내 가요 경쟁력을 키우려면 개방하는 것이 좋고, 자본 개방까지 이뤄지는 마당에 가요만 막기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업계에선 양국의 언어 차이 및 노래 스타일의 이질감을 감안할 때 초기의 특수를 지나면 음반시장의 10~15% 정도가 잠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요평론가 임진모씨는 "개방을 막을 이유는 없으나 일본 자본이 국내 가요업체들을 잠식하는 것만은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영기·정형모·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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