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의 책임과 한국이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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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일제 때 징용된 군대 위안부에 대한 배상금을 일본정부에 요구하지 않고 대신 예산으로 지원키로 하는 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했으나 처리가 유보됐다.

피해 당사자와 관련단체들이 정부의 방안을 수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피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유예는 불가피해 보이지만 이 문제는 빨리 매듭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정부 때부터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정부에 물질적 보상은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입장이었고 이번 조치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새 정부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며, 그 방향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선 피해 당사자들이 이미 고령으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행한 삶을 꾸려가고 있음에 비춰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새 정부 출범 후 새로운 한.일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피해 당사자인 우리가 먼저 해결의 단초를 열어 보겠다는 충정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일본의 반성과 사과, 그리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요약된다.일본은 이 두 문제에 대해 모두 소극적이었다.

보상은 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끝난 문제라고 하고, 사과 부분 역시 94년 무라야마 총리 때 언급은 있었으나 그 뒤에는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미 유엔인권위에서는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과 사죄, 범법자에 대한 처벌까지 요구하는 보고서가 채택됐다.이런 상황인데도 우리 정부가 배상금 문제를 풀어주고 사과와 반성만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의 복원을 위해 피해자 입장인데도 이런 이니셔티브를 취하는데 일본이 과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느냐가 관건이다.

대체 그런 악행을 저지르고도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넘기겠다면 누가 문명국가라 하겠는가.우리는 일본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통해 가까운 이웃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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