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이희승 시조 '망향탄'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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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허리 잘린 조국 강토 이어 보게 길을

닦아

북으로 탄탄 대로 달리어 백리러니

나 왔소. 어서 오시오, 껴안아 볼 날 언

젠고

- 이희승 시조 '망향탄' 중

경의선은 막힌지 오래. 그 경의선을 조금만 달리면 있는 고향인데 가지 못하는 심정을 시조 3행에 펴놓고 있다.한 사람의 고향만이 아니다.

서울~신의주 사이의 동맥이 뚫려야 한반도의 기운이 온전히 살아날 수 있음이다.스스로 돌멩이 하나 (一石) 라는 호를 가진 이희승 (李熙昇.1896~1989) 은 때로는 이렇듯 시조와 시를 짓고 푸성귀 반찬 같은 수필도 쓰지만 평생을 국어학의 대모 (代母) 로 살았다.

조선 재야선비로서의 딸깍발이였고 한마디로는 대추씨 그것이었다. 밥 한 숟가락을 2백번쯤 씹는 사람이었다.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 이래.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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